문화재청, 일제강점기 계획도시 가치 평가
육각집 등 11곳 지정 예고... 5년간 최대 500억 원 지원

창원시 진해구 중원로터리 인근 화천·창선동 일대 7만 1690㎡와 흑백다방을 비롯한 11개 건축물이 9월 국가등록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공모한 '근대역사문화공간 재활성화 공모사업'에 선정된 진해지역 공간과 건축물은 지난달 등록심의에 이어 이달 등록예고 기간을 거친다. 30일간 예고 기간 내에 이렇다 할 이의제기가 없으면 국가등록문화재 지정이 마무리된다.

진해 근대역사문화공간은 일제강점기 1910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 근대계획도시다. 19세기 중반 서구 도시경관 개념이 적용된 군사도시로, 중앙에 있는 점에서 바큇살처럼 도로가 퍼져 나가는 방사상 거리를 비롯해 오수와 빗물을 운반하는 배수관로인 하수관거·여좌천 등 당시 기반시설이 잘 남아 있다.

이 일대는 일본 제국주의 통치로 말미암은 주민 강제 이전 아픔도 녹아 있다. 광복 이후에 형성된 인쇄소 등 당시 생활사를 엿볼 수 있는 건축물이 집약적으로 모여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았다. 공간 내 11개 건축물은 주거 건축사·생활사 측면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돼 개별 등록문화재로도 등록된다.

옛 태백여인숙, 보태가, 화천동 근대상가주택, 송학동 근대상가주택, 대흥동 근대상가주택, 흑백다방, 일광세탁, 육각집, 창선동 근대상가주택, 중앙동 근대상가주택, 황해당인판사 등이다. 각 건물은 방사선(대각선) 가로체계에 따라 도로 모서리에 세워져 뾰족집 형태로 유연한 공간 활용 모습을 보여주거나(육각집), 문화예술인 문화활동 근거지 역할을 하거나(흑백다방), 목조주택 건축 특징을 잘 유지하고 진해지역 근대시기를 대변(옛 태백여인숙)한다는 등록 사유가 붙었다.

▲ 옛 태백여인숙. /창원시
▲ 옛 태백여인숙. /창원시
▲ 송학동 근대상가주택. /창원시

공모사업 선정에 따라 진해 근대역사문화공간에 내년부터 5년 동안 최대 500억 원(국비 250억 원, 도·시비 각 250억 원)이 단계별로 지원된다. 사업비는 구역 내 문화재 보수정비, 역사 경관 회복 등을 위한 종합정비계획 수립과 보존·활용 사업에 쓰인다.

창원시는 "앞서 화천동 등이 있는 충무지구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도 선정됐다"며 "쇠퇴한 진해 원도심에 지역공동체 활동 기반 등을 마련하는 사업은 근대역사문화공간 재활성화 공모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전망"이라고 밝혔다.

▲ 육각집. /창원시
▲ 육각집. /창원시
▲ 황인당인파사 /창원시
▲ 황인당인파사. /창원시

이어 "진해 근대역사문화공간 외에도 창원에는 보존·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이 다수 남아 있다"며 "지속적인 조사·연구로 근대 건축물 보존·활용 방안을 마련하고 가치 있는 근대유산을 추가로 발굴해 문화재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해 근대역사문화공간과 함께 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 일원 2만 2965㎡도 이번에 국가등록문화재가 된다. 서천 판교 근대역사문화공간은 1930년 장항선 판교역이 생기면서 활성화했다. 양곡을 비롯한 물자 수송 지역 거점이 되면서 쌀을 가공하거나 술을 빚는 산업이 발달했고, 장터가 형성됐다. 2008년 철도역이 이전하면서 쇠퇴한 이 지역은 우리나라 근대와 현대 농촌 지역의 역사적 흐름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근대역사문화공간은 점(點)이 아니라 선(線)·면(面) 단위 등록문화재를 뜻한다. 통영·목포·군산·영주·익산·영덕에 근대역사문화공간 혹은 이와 비슷한 이름으로 등록된 지역이 있다. 진해와 서천 판교까지 등록하면 근대역사문화공간은 모두 8곳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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