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수 끓이고 순대 만든 긴 세월
단골 생각하면 피곤한 줄 몰라

맛집이면 저마다 꼭꼭 숨겨 놓은 비법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그 비법을 배우려 누군가는 돈을 내고 누군가는 현장으로 들어가 부딪힌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 있는 '밀양순대국밥'은 자신들 비법이 '양념'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비법이 또 있다.

이금성(68)·김현숙(60) 부부는 1992년부터 국밥집을 운영 중이다. 전 주인이 2년간 운영하던 가게를 인수한 게 시작이었고, 그렇다 보니 연고가 없는 '밀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전 주인이 가게를 운영할 당시, 현숙 씨는 가게에서 홀서빙을 잠시 맡았다. 어깨너머 순대 만드는 법을 익혔지만 그 이상은 배우지 못했다. 이 씨 부부가 가게를 인수하고 나자 '국밥 맛이 변했다'며 발길을 끊는 손님들이 늘어난 것도 그 때문. 이 씨 부부만의 양념을 만들고 그 맛이 자리를 잡고 새 단골이 생기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 있는 '밀양순대국밥' 주인 이금성 씨가 손님에게 나갈 국밥을 토렴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 있는 '밀양순대국밥' 주인 이금성 씨가 손님에게 나갈 국밥을 토렴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가게 상호에서 보듯, 밀양순대국밥 메인 음식은 순대(국밥)다. 돼지머리·마늘·선지·당면 등 10여 가지 재료로 순대 속을 채운다. 먹기 좋게 자른 순대에 고성에서 골라 손질한 돼지머리와 뼈·내장을 넣고 푹 끓인 육수를 붓고 잘게 자른 파와 비법 양념을 넣으면 특유의 '빨간 국밥'이 완성된다. 김치·깍두기·마늘·고추·된장·새우젓 등 국밥과 궁합 좋은 밑반찬까지 곁들이니 든든한 한상이다.

사이사이 손은 바쁘다. 없으면 섭섭한, 생략된 국밥은 국밥이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토렴이 한 예. 기본적으로 다섯 차례 이상 하되, 매번 달라지는 토렴 횟수는 손끝 감각이 결정한다. 육수가 얼마나 뜨거운지, 고기는 알맞게 익었는지, 밥알 사이사이 육수가 잘 배었는지. 굳은살 박인 손이 말해준다.

"오전 5시에 나와서 육수를 끓이고 순대를 만드는데 피곤하다고 생각 안 해요. 동네 꼬맹이가 부쩍 자라 '소주 한 병 달라'고 할 때, 국외 출장 다녀와서 가장 먼저 생각나 들렀다고 할 때. 매순간 일하는 재미가 있죠. 그래서인지 직업병이랄 것도 딱히 없어요."

양념 뒤에 감춰진 진짜 비법이 거기 있다. 30년 경험이 담긴 손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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