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9년간 81억 원 투입…터 매입보상·환경보수공사 지출 폭 중 최다
프로그램 지원 6억 7000만 원…애초 계획 17건 가운데 5건만 진행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예술인마을 창동예술촌이 처음 문을 연 건 2012년 5월 25일이다. 시가 예술을 통한 구도심 지역 상권 활성화와 도시재생을 목적으로 창동과 중성동 일대 빈 점포를 임차했고, 그 자리에 3324㎡ 규모의 작은 예술촌을 만들었다. 이곳을 두고서는 여러 평가가 엇갈린다. 지역 상인과 문화예술계, 정치계 등에선 도시 재생 성공사례로 봐야 한다는 후한 평가가 있는 반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혹평도 적지 않다.

좋지 않은 소문도 여럿 있다. 개촌 이후 9년간 예술촌에 수백억 원이 투입됐고 입주 작가들은 '수천만 원대 지원'을 받아 예술촌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얘기나, 초기 계획대로 진행된 게 하나도 없어 유동인구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설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창원시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반론을 제기한다. 어떤 얘기가 참인지 최근 9년간 내역이 담긴 시 예산집행내역서와 사업계획서를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따져봤다.

◇창동예술촌에 몇백억이 들어갔다? = 시가 29일 공개한 '창동예술촌 지원 내역(2012~2021)'을 보면, 9년간 시가 예술촌에 쓴 돈은 81억 3304만 원(5월 기준)이다. 예산 대부분이 골목 정비 등 각종 보수공사와 예술촌 빈 점포 임차료를 비롯해 창동예술촌아트센터 터 매입 보상비 및 개조비, 아고라광장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공사, 예술촌 관리운영 용역 및 공공휴게시설 조성 추가공사 실시설계용역, MBC경남 창동스튜디오 운영 보조금, 예술촌 안내 표지판·게시판 설치, 재즈페스티벌 개최, 인건비 등에 사용됐다.

▲ 지난달 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서 창동예술촌 어린이날 기념행사 '아트장터'가 열리고 있다. /창동예술촌
▲ 2019년 어린이날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서 창동예술촌 어린이날 기념행사 '아트장터'가 열리고 있다. /창동예술촌

이 중 가장 지출 폭이 큰 항목은 터 매입 보상비를 포함한 예술촌 환경보수공사다. 81억 원 중 전체 지출 45%에 해당하는 36억 5987만 원이 사업비로 사용됐다. 그다음은 점포 임차료로, 약 22% 수준인 17억 3722만 원이 지출됐다. 1억 5000만~2억 290만 원 사이의 임차료를 해마다 건물주에게 줬다. 시가 창동과 중성동 일대에 임차한 건물은 입주작가 공간(52곳)과 예술촌 아트센터, 교육관 등 공유시설(8곳)을 합해 모두 60곳. 자료에 적힌 숫자를 보면 시는 현재 감정가에서 60% 수준에 해당하는 금액만 임차료로 내는 중이다. 건물 1곳당 내는 월 임차료는 6만 7000~128만 원대다.

개촌 이후 예술촌에서 열린 행사 중 시가 예산을 투입해 진행한 행사는 60여 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라상호 창동예술촌장 부임 이후 매년 열리고 있는 재즈 페스티벌과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개관기념 전시회 등 각종 작품전, 서양화, 탱고, 사진, 공예 등 10개 분야 창동예술촌 입주작가와 함께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예술학교', 입주작가가 시 소재 초등학교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체험예술학교', MBC경남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특집 공개방송, 작가들의 아트상품을 파는 아트마켓 등이다. 지난 9년간 이들 행사에 들어간 비용은 6억 7000만 원 정도다.

◇입주작가 1명당 수천만 원씩 지원받았다? = 작가들은 창동예술촌 입촌 시 임차료 지원을 받는다. 입주작가들이 사용 중인 점포별 평균 면적은 55㎡. 좁은 곳은 9.2㎡, 넓은 곳은 226.38㎡ 규모다. 시는 개촌 때부터 창동예술촌 입주작가(53명) 전원에게 창작공간에 대한 임차료 전액 또는 8~90%를 지원하고 있다. 예술촌이 개촌하고 7년 뒤까진 입주작가를 위해 임차료 전액을 지원했고, 지난해엔 전액이 아닌 90%만 내주었다. 현재 임차료 지원 비율은 80%다. 나머지 20%와 공과금은 작가가 부담한다.

▲ 창동예술촌 입주작가가 창동 골목길에서 벽화 작업을 하고 있다. /창동예술촌
▲ 창동예술촌 입주작가가 창동 골목길에서 벽화 작업을 하고 있다. /창동예술촌

입주작가 53명 중 대부분(34명)이 2012~2015년 사이에, 19명은 2016~2021년께 입주했다. 개촌 직후부터 지금까지 예술촌에 있는 작가는 19명이다. 임차료를 100% 지원해주던 시기인 2012~2019년에 예술촌에 들어온 작가는 47명. 나머지 7명은 80~90% 지원되던 때 예술촌에 들어왔다. 평수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작가별로 매월 지원받는 임차료는 7만~100만 원대다. 자부담금은 1만 3000~25만 원 수준으로, 최저치와 최고치간 24만 원 정도 차이가 났다.

개촌 직후부터 예술촌에 있었던 예술인 중에선 지금까지 임차료만 수천만 원대 지원을 받은 작가도 있다. 8000만 원대까지 혜택을 입은 작가도 일부 있다. 비교적 입주 시기가 늦거나, 근래 들어 예술촌에 온 작가들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지원받았다.

작가들에겐 임차료 지원 혜택을 제외하곤 별도 금전 지원은 없다. 창동예술촌을 이끄는 촌장 역시 3대때부터는 임차료만 지원받고 별도 수당을 받지 않는다. 제4대 창동예술촌장인 라상호 촌장은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올해로 7년째 무급으로 예술촌 대표직을 맡아 일하고 있다. 이전 촌장이었던 문장철(1대), 김호준(2대)는 유급으로, 박미(3대) 촌장은 무급으로 근무했다.

▲ 지난해 11월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 토크 음악콘서트 '문신을 노래하다'를 찾은 시민들./창동예술촌
▲ 지난해 11월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 토크 음악콘서트 '문신을 노래하다'를 찾은 시민들./창동예술촌

◇초기 계획대로 지켜진 게 없다? = 2012년 4월과 11월 작성된 창동예술촌 사업추진 경과보고 및 향후 추진계획(2012~2013), 사단법인 창동예술촌 사업계획서를 보면 예술촌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된 전략은 크게 3가지다. 마산 르네상스 시절 시대적 배경과 1950~1980년대 추억거리를 재현하는 '마산예술흔적 골목', 예술인들에게 창작 활동과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에꼴 드 창동 골목', 조각가 문신을 조명하는 아트공간과 테마상가에 중점을 둔 '문신예술 골목' 조성이다.

마산의 추억과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계획된 마산예술흔적 골목은 1950~80년대 골목 모습을 느낄 수 있게 거리가 조성돼 있다. 골목 벽면엔 옛 지역 사람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시가 임차한 점포가 몰려 있는 에꼴 드 창동 골목에는 입주작가들이 공간마다 자리를 잡고 있다. 문신예술 골목은 개촌 9년에 이르기까지 골목에 자화상 몇 개 걸어놓은 게 다였으나, 최근 들어선 그의 생애를 조명하기 위한 공간인 문신기념관이 개관 9년 만에 건립됐다. 지난 3월 문을 연 기념관 주변 골목으로는 문신 선생의 생전 작품이 현수막에 담겨 걸려있다.

세부 계획 17건 중 예정대로 진행된 건 5건에 불과했다. 초기에 계획됐던 아트페어와 국제교류전 아카데미센터 건립, 유아대상 뮤지엄, 분기별 예술제 등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개촌 이후 매년 1~2회씩 열기로 했던 아트 페스티벌과 아트페어는 예산 문제로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국내 최초로 유아를 대상으로 한 박물관을 창동예술촌에 세우겠다는 계획 역시 추진되지 않았으며, 분기별로 예술제를 열겠다는 초기 계획도 지켜지지 않았다.

예술촌 체험프로그램 예술학교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차례씩 1년에 두 번 열리고 있다. 아트장터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년간 월 2회씩 열리다가, 지난 몇 년 동안 마련되지 않았다. 이 행사는 6월부터 월 2회씩 다시 열릴 예정이다. 아트숍 개설 계획은 개촌 4년이 지난 뒤인 2016년에 진행됐다. 현재 창동예술촌 1층에 아트숍이 마련돼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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