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봉우리가 모여 산맥이 되거나 큰 봉우리가 된다 김주열 열사, 그 어머님 권찬주 여사가 울며불며 이십칠 일간이나 마산 시내를 아들을 찾아 헤메지 않았더라면 마산 시민들이 김 열사의 시신 사진에 얼른 반응하지 못했으리라 권찬주 여사가 말했다. 

"주열이 때문에 4·19가 일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많은 학생의 죽음으로 민주주의가 쟁취됐다."

평지에 갑자기 솟는 산은 없다. 산맥은 본래 생길 때부터 울멍줄멍 생기지 않던가. 우리는 학교에서 '여순반란 사건'이라고 입에 익혔는데 오늘은 학자 김도올이 텔레비전에서 '여순민중 항쟁'이라고 강의하고 있다. 울멍줄멍 산맥이 있으니 늦게나마 이런 학자도 나오는 것 아니것나. 제주도에서 박진경(4.3 항쟁 때 11연대장. 강경 진압을 지시함)에게 총을 쏜 문상길(박진경 암살을 모의한 중대장)과 손선호(박진경을 저격한 하사)가 있었으니 학자라는 사람들도 말할 건덕지가 생기는 게지. 동족에게 총질을 하지 말라, 내 자식 어디 갔노, 내 자식 찾아다오, 배고프다 밥을 다오, 득표 백 십오 퍼센트 너무한다. 이런 상식이 어그려질 때 사람뚝이 터지는 것 아니 것나. 사람 마음은 매일반 아무리 독제 정권이 비석을 땅 속에 파묻고 공산당이 어쨌다 억지를 부려도 산맥은 달리고 산에 기대어 누군가는 열심히 증언하려고 애쓴다. 세상의 어머니는 그 자식의 죽음을 가슴에 묻는다. 그리하여 산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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