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보호 등 내용 넣어 개정
아파트별 규약 변경할 때 기준
도 "바뀐 준칙 적용에 동참을"

지난 2017년 7월 22일 새벽 김해 야산에서 양산 한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하던 ㄱ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ㄱ 씨 사망을 두고 유족들은 '입주민 간 갈등 중재와 민원 때문에 ㄱ 씨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 입주민은 ㄱ 씨가 사망하기까지 약 1년 8개월간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로부터 약 3년 뒤 이 죽음이 '업무상 재해'에 맞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입주민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민원 제기가 ㄱ 씨 사망 원인이라고 판단하며 "업무상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적 억제력이 없거나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끊이지 않는 아파트 경비원·관리소장 등을 향한 괴롭힘을 막고자 지난 1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안은 '아파트 경비원에게 갑질을 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단지 내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법 개정에 맞춰 각 시도의 관리규약 준칙도 바꾸도록 했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경비원 등 노동자에 대한 괴롭힘 금지 사항을 강화하고, 입주자 등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아 '경상남도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했다고 8일 밝혔다.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이하 준칙)은 입주자가 아파트 공동주택 관리규약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기준이 되는 세부 지침이다.

지난해 8월 경남도는 관리 노동자 근무환경 악화를 금지하는 규정을 준칙에 이미 반영했다. 이번 개정에서는 그 내용을 '업무방해금지', '공동주택 내 괴롭힘 금지', '공동주택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로 세분화하고 운영상 미비점을 보완·개선했다.

주요 개정 내용은 △경비원 등 관리사무소 직원 괴롭힘 방지 강화 △관리주체의 피난시설 안내 의무화 △지능형 홈네트워크 보안 취약점 개선 △동별 대표자와 선거관리위원 해임 관련 사항 등이다.

'입주자·입주자대표회의 등이 공동주택 내 지위·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며 관리 노동자에게 폭언·폭행, 신체·정신적 교통을 유발하는 행위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괴롭힘이 확인되고 피해 노동자가 요청하면 관리주체 등은 근무 장소 변경·유급휴가 명령, 배치전환 등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등이 세부 내용이다. 피해 노동자 신고 등으로 불리한 처우를 내려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도내 공동주택 입대위는 개정 준칙을 기준 삼아 다음 달 6일까지 관리규약을 개정해야 한다. 또 개정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관할 소재지 시장·군수에게 신고해야 한다.

다만, 관리규약을 변경하지 않는다고 해서 받는 불이익은 없다. 미개정에 따른 처벌 규정이 법에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실효성 논란이 나오는 지점이다. 더군다나 애초 공동주택법령상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 범위는 300가구 이상, 150가구 이상 승강기 설치 또는 중앙집중식 난방방식 공동주택에 한정한다. 경비원을 둔, 일부 소규모 아파트는 법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바뀐 준칙이 현장에 적용되려면 무엇보다 입주민·입대위 참여가 중요하다"며 "경비원 등 관리사무소 직원 인권 향상과 상생하는 공동주택 주거문화 조성에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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