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힘, 성찰·혁신 다짐
문 대통령 "질책 엄중히 수용"

4·7 재·보궐선거 승자도 패자도 도도한 민심 앞에 고개를 숙였다.

재보선 결과가 확정된 8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은 지도부부터 개개 의원들까지 한목소리로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성찰과 혁신을 지속하겠다는 다짐을 쏟아냈다.

이날 발표된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재보선 핵심 승부처인 부산·서울시장 보선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와 오세훈 후보가 각각 62.67%·57.50%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경남에서 진행된 의령군수 재선거와 고성·함양 등 광역·기초의원 선거구 5곳의 재보선에서도 국민의힘은 오태완 새 군수를 비롯한 총 4명의 당선인을 냈다. 나머지 2명은 무소속이고, 민주당 당선인은 없었다.

이번 재보선 최대 패배자라 할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부터 국민 앞에 서지 않을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며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를 이끈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페이스북에 글을 써 "저희들이 부족했다.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국민의 삶의 고통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며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민주당 또한 반성과 쇄신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예상대로 재보선 참패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다수 뜻으로 내린 결정이다.

▲ 4월 7일 오후 의령군 의령읍 의령군청에 마련된 4·7 재보궐 선거 개표장에서 개표사무원들이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민주당은 다음 달로 예정된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거를 최대한 앞당겨 새 지도부가 당 수습과 혁신을 이끌기로 했다. 새 당대표는 5월 2일, 원내대표는 오는 16일 선출 일정이다.

김태년 전 대행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철저하게 성찰하고, 혁신하겠다. 국민이 됐다고 할 때까지 당 내부의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며 "지도부 총사퇴가 이러한 성찰과 혁신의 출발이 되길 바란다. 민주당이 다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쇄신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승자인 국민의힘 쪽에서 쇄신론을 꺼내 든 주역은 재보선 승리의 주역이기도 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그는 이날 퇴임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년간 국민의힘은 근본적인 혁신과 변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투성이"라며 "이번 재보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승리한 것이라 착각하면서 개혁의 고삐를 늦춘다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대의보다 소의, 책임보다 변명, 자강보다 외풍, 내실보다 명분에 치중하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며 "국민의힘은 새로운 정권을 담당할 수권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낡은 이념과 특정 지역에 묶여 있는 정당이 아니라, 시대 변화를 읽고 국민 모두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발전하는 노력을 거듭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같은 입장을 냈다. 이들은 초선 42명(총 56명) 명의로 성명을 내 "결코 우리 당이 잘해서 거둔 승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의 승리가 아닌 문재인 정권의 패배"라며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하고 구시대의 유물이 된 계파정치를 단호히 거부하고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한 팀이 되겠다"고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초선 의원들 모두 '영남 지역당 탈피'를 주장한 것이어서 향후 새 당지도부 및 대선후보 선출을 앞두고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경남에서는 당권 도전을 준비 중인 윤영석(양산 갑) 의원이나 복당 후 대선 출마를 노리는 홍준표(무소속) 의원 등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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