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2021년도 성과상여금 등급은 B입니다.' 2주 전쯤 학교로부터 날아온 문자 내용이다. 문득 작년 한 해 같은 교무실에서 일했던 동료들이 떠올랐다. 정년을 바라보는 고참 교사부터 이제 갓 새내기 딱지를 뗀 젊은 교사, 30~40대 경력 교사, 기간제 교사, 육아휴직 후 학기 중에 복귀한 엄마 교사까지…. 흐뭇하게 동료들을 추억할 수 있는 건 코로나라는 난적 앞에서 우리가 '함께'였기 때문이다. 눈감고도 수업할 법한 대선배 교사가 젊은 교사에게 온라인 수업의 기법을 묻고 또 물었다. 서로 어떻게 수업하는지 들여다보다 '코로나19, 지구와 함께 살기'라는 주제로 교과통합 수업을 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가끔씩 현장 사정을 모르는 공문을 내린 교육청에 대고는 "학교는 지금 야전이라고요!" 야속한 마음을 모아 항의를 하기도 했다. 교육의 최전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싸움터 같은 학교에서 역설적으로 동료애는 빛을 발했다.

지난 1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올해 성과상여금을 100% 균등 지급할 것을 교육부에 촉구했다. 코로나로 힘을 합쳐야 할 때 성과급을 차등으로 지급해 교육공동체의 분열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성과급 등급을 판정하는 다면평가 기준을 들여다보면 수업시수, 담임업무, 연수이수시간, 근무 일수 등 수치화할 수 있는 항목들로 점수를 매기게 되어 있다. 수업에 어떤 고민이 담겨 있는지, 얼마나 깊이 학생들과 교감하는지, 교육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또 교사 자신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는 평가 대상이 아니다. 비교하여 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성과급 반납과 균등 분배로 이 나쁜 제도에 맞서 왔다. 징그럽고도 아름다운 싸움을 이어온 지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간다.

'다면평가위원님, 본인은 자기실적평가서를 비롯한 차등성과급을 결정하는 업무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교사마다 교수학습, 생활교육 철학과 방식이 다른데 이를 수치화하고 돈으로 연결해 협업해야 할 교사들을 경쟁시키는 반교육적인 정책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올해도 내 점수를 써내는 대신 짤막한 양해의 글을 적어 평가 서류를 제출했다.

코로나라는 위기를 만나 경쟁보다 협력이 훨씬 힘이 세다는 것을 더 분명히 깨달은 지금, 내 결정에 후회는 없다. 비록 덜 받아도, 아니 덜 받아서 나는 더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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