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공백 끝에 '상근'공모
예술인들, 역할 정립 촉구

창원문화재단이 다시 상근 대표이사를 뽑는다. 지난 29일 공고를 냈으며 원서접수 기간은 7~13일이다. 서류·면접심사를 거쳐 5월 10일 신규임용 예정이다.

전임 강제규 대표이사 임기가 지난 2월 28일 자로 끝이 났으니 2개월 남짓한 공백은 불가피하다.

비상근 대표이사를 뒤로한 채 다시 상주인력을 뽑는 배경과 창원문화재단에 그동안 어떤 수장들이 거쳐 갔는지 살펴봤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상근-비상근보다 중요한 것은 재단의 역할 정립 문제라고 꼬집으며,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다시 돌아서 '상근' = 앞서 강 전 대표이사를 뽑기 전 무려 7개월의 공백이 있었다. 이후 조례를 개정해 비상근 대표이사 공모 공고를 냈고 절차를 밟아 임명했다.

당시 지역문화예술인 사이에는 '올 사람을 정해놓고 자격요건을 바꾸는 처사'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에도 비상근 대표이사를 뽑을 건지 궁금해하는 지역예술인이 많았지만, 결국 재단은 이번에 상근자에 한해 뽑기로 했다.

문화콘텐츠 관련 한 종사자는 "강제규라는 사람이 온다기에 단체장이 바뀌고 무언가 변화를 시도하는가 보다 초반에 긍정적으로 봤다"며 "결과적으로 임기 마지막에 연극 한 편 올린 것 말고는 기억에 남는 게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비상근 대표이사의 역할 부재 문제는 여러 차례 시의회서 문제 지적이 나왔고, 이에 창원시는 지역문화 콘텐츠 발굴로 상쇄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작품을 올리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창원문화재단 수장 거친 인물들 = 창원 문화예술 정신을 정립하고 시와 함께 각종 사업을 발굴할 문화재단 수장에 어떤 인물이 거쳐 갔을까.

강 전 대표이사가 지난 2019년 2월 임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신용수 씨가 수장으로 있었다. 신 전 대표이사는 2014년 10월 취임해 연임했다. 그는 마산MBC(현 MBC경남 창원본부) 방송사업국장을 지낸 인물이다. 무엇보다 전임 안상수 시장의 선대위 본부장을 맡았고, 인수위에도 참여했다. 채용비리 혐의로 1심서 벌금형을 받았던 신 전 대표이사는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 이전에는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가 따로 있지 않았다. 2012년 3월 통합 재단이 출범할 때만 하더라도 창원시는 공모로 재단을 지휘하는 수장을 뽑겠다고 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이상화 전 성산아트홀 관장이 재단 대표이사를 겸했다. 물론 그도 박완수 전 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지방정부 출자·출연기관이 캠프 출신 인사로 채워지는 일은 허다하다. 이에 지역문화예술인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한 예술인은 "예전에 재단 내부에서 직원들이 파업했던 이유가 낙하산 인사 반대였던 게 인상적이었다"며 "타 지역 문화재단 대표들 면모를 보면 작가나 예술인 등 당사자인 경우도 있고 하물며 예술경영 전문가들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근보다 더 중요한 역할 정립 = "창원문화재단은 마치 시설관리공단과 같다"고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재단 문화예술위원회라고 있지만 1년에 2번 모여서 대관 심의를 하는 것으로 그친다고 말하기도 한다.

창원문화재단 문화예술위원을 맡은 바 있는 김유철 시인은 "재단에서 문화예술위원을 맡아 달라고 해서 수락을 했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 다른 임무를 수행해 다소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앞서 말한 각종 단체에서 신청한 상·하반기 대관 심사만 했다는 것이다. 김 시인은 "적어도 연초 문화예술사업 방향 논의나 연말 평가를 하는 역할을 주문할 줄 알았는데 그야말로 대관 심사위원에 그쳤다"며 "문화재단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지역 문화예술단체 대표도 재단의 역할 정립 문제를 지적했다. 창원민예총 김산 대표는 "어떤 사람이 대표이사를 맡더라도 창원시 문화예술정책 전반을 점검하고 대관 사업에서 벗어나 내부 체질을 변화시키겠는 목표가 없다면 2년 임기를 채우고 끝내는 패턴은 반복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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