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 서당이라고 하면 전통 예절을 가르치는 인성 교육을 기본으로 하는 곳이 아닐까 막연히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예절은커녕 서당 내 기숙 시설에서 엽기적이기까지 한 폭력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음이 최근에 잇따라 알려지면서 충격을 던지고 있다.

하동군에 따르면 청학동에는 서당이 9곳 운영되고 있다. 하동군에서 관리하는 청소년 수련 시설로 등록된 1곳, 교육청에 등록된 6곳, 미인가 교육시설 2곳이다. 교육청에 등록된 6곳 중 5곳은 개인과외교습자로, 1곳은 학원으로 등록돼 있다니 허울만 서당일 뿐 학원으로 등록된 곳은 1곳뿐이라는 이야기다. 그것도 여학생 폭력 사건으로 알려진 서당은 일부 공간을 학원으로 등록하고 나머지 공간은 숙박 시설 등으로 활용했다 한다.

교육청은 학생들이 생활하는 숙박 시설 부분은 지자체 소관이어서 관리하지 못했다고 하고, 하동군은 초·중학생, 학교 밖 청소년 등의 폭력 사건이 발생한 곳은 교육청에 등록된 곳이라며 교육청에 책임을 넘기고 있다. 그동안 대안교육의 일환으로 기대를 갖고 입소했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받은 물적 심적 피해는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가. 교육 당국도, 해당 지자체도 지도 감독을 하지 않는 사이에 발생했던 청학동 '엽기 학폭'과 관련해 서당 원장에 의한 상습적 구타와 비위 등 추가 폭로가 줄을 이으며 경찰의 수사도 광범위하게 확대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아직 서당 기숙사에 남은 아이들이 있다. 도교육청은 서당 인근 초·중학교 2곳을 조사한 결과, 한 초등학교는 전교생 70여 명 중 60여 명, 한 중학교는 전교생 40여 명 중 30여 명이 하동 이외 지역에서 서당을 거주지로 해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적어도 90명 이상이 서당 기숙사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당국의 관리를 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운영되어온 청학동 서당들의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아직도 남아 있는 아이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고 앞으로 폭력이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하동군과 교육청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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