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남편·가장의 진솔한 삶
그림과 글로 탁월하게 표현
일상·가족 생각 세심히 기록

슬픈 감정이 올라왔다. 읽으면서도 그랬고, 읽고 나서도 그랬다. <어제 떠난 사람들이 간절히 원했던 오늘 하루>는 서울 구로에 있는 게임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하재욱(46) 작가가 그의 하루와 일상을 기록한 책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가 그린 그림이 글과 함께 펼쳐진다. 작가는 직장인의 고단한 삶을 이야기하고, 작가의 자녀와 아내에 대한 마음을 책을 통해 보여준다. 출퇴근길에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슬며시 꺼내놓기도 한다. 마지막 20대를 보내고 있는 기자에겐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여럿 적혀 있다. 아빠여서, 남편이어서, 가장이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책 속에서 드러난 작가의 마음을 '훗날 직접 느끼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고 혼자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가 읽고 넘겼던 책장으로 다시 돌아간다.

▲ 〈 …오늘 하루 〉 하재욱 지음
▲ 〈 …오늘 하루 〉 하재욱 지음

"이천 / 십오년 / 일월육일 / 나는 / 이제야 / 너의 / 아빠가 / 되었구나"(아빠 처음 불러준 날, 14~15쪽)

"아빠 회사 지각한다면서 / 날 데려다주려고 그래? / 라고 묻길래 / 널 데려다주는 오늘은 / 오늘밖에 없으니까 / 라고 답합니다 / 지각은 얼마든지 다시 할 수 / 있다는 말은 차마 못합니다"(아침에 혼낸 것 미안해서 사랑해서, 26~27쪽)

"우리 아버지도 / 혹시 / 우셨을까 / 날 때리고"(아빠가 미안해, 34~35쪽)

작가는 아내가 웅크리고 자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해한다. 세상살이의 어려움도 토로한다. 퇴근길 풍경을 그려놓고 술 한잔을 이야기하는 글을 적어놓고선 고단한 하루를 보낸 그날의 일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넘길 책장이 없을 때까지 읽고 나면 아내를 향한 작가의 남다른 애정과 힘든 직장생활, 자녀들에 대한 사랑 등 3가지가 머릿속에 남게 된다. 책을 통해 작가의 하루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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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저기 저 별 나 가져도 돼?"라고 아이가 묻자 작가가 답한다. "그럼" /하재욱 작가 책 갈무리
▲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의 얼굴이 붉고 피곤하다.  /하재욱 작가 책 갈무리
▲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의 얼굴이 붉고 피곤하다. /하재욱 작가 책 갈무리

"내 / 비좁은 / 사랑 덕에 / 아내가 / 웅크린다 / 미치겠다"(미안하고 미안함, 74~75쪽)

"이런 도시에서 / 힘든 시간 견뎌내려면 / 다들 비슷한 무게의 상처 / 늘상 달고 살지 않나 싶어요 / 위태롭게 말이에요 / 그래도 그런 것이 우리를 / 마치 따뜻해 보이게 하니까 / 나쁜 것만은 아니지요 / 그쵸?"(건물 뒤편 실외기, 146~147쪽)

"내일 또 살아야 하는 나를 깊이 애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 살아야 하는 일을 방금 막 모두 끝내고 / 영원한 첫 휴가를 떠난 이를 진심으로 축복할 수 있는 / 어디 아무 장례식장에 가서 / 희비가 교차하는 술 한잔하고 싶다"(지친 퇴근, 200~201쪽) 나무의 철학. 319쪽.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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