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이 늦은 밤 창원시 성산구 어느 버스 정류장에 혼자 앉아 있는데 모르는 남자가 갑자기 커피를 머리와 몸에 뿌리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김해에서도 귀가하던 한 여성에게 연유와 계란 등으로 만든 가짜 정액을 뿌린 남자가 경찰에 잡혀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검은 잉크를 여성의 다리에 뿌리고 얼굴에 침을 뱉는 범죄도 있었다. 액체 테러 피해자들은 다행히 화상 등 신체적 상해가 크지는 않았지만 정신적 피해는 상당하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 아이, 동물 등 신체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매년 발표하는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살인·강도·성폭행 등 강력 흉악범죄에서 여성 피해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1995년 29.9%에서 2018년 89.2%로 급증했다. 국내 흉악범죄 피해자 10명 중 9명은 여성인 꼴이다.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여성이 평화롭게 살기 어려운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은 인류 보편적 가치다. 배려는커녕 약자를 스트레스 해소 대상으로 삼고 커피 테러, 액체 테러 같은 범죄를 마치 놀이하듯 저지르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록 신체적, 물리적 피해는 적더라도 마음의 멍은 피해를 계산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신체적, 물리적 피해 위주로 법이 집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커피 테러는 단순 폭행죄나 옷이 훼손된 것에 대해 재물손괴죄 정도로 처벌할 수밖에 없어 대체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다.

코로나19로 우울감이 높고 사회적 불만이 많아지는 시기, 비슷한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많다. 약자에 대한 범죄는 사소하더라도 엄중히 다스려야 하고 심리적 피해를 감안하는 법 체계도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죄는 끝까지 추적하여 검거하고 법정 최고 형량으로 다스린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경남경찰청은 차제에 사회적 약자 전담팀을 구성하여 여성 대상 묻지 마 범죄, 액체 테러 같은 사회 불안 범죄를 소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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