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 수입 뺏을까 조심한 선조들
신의 저버린 투기에 국민 자괴감

조선조 영조 때 한양의 어느 관리 형제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 형제는 박봉으로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의는 아주 좋았다.

어느 날 형이 모처럼 아우 집에 가니 전에 보이지 않던 큰 항아리 서너 개가 있어서 무엇이냐고 물었다. 동생이 대답하기를 "아이들이 성장하니 씀씀이가 커져서 아내가 들에 나가 풀을 베어 천연 염색을 만들어서 부업으로 팔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형은 큰 도끼로 그 항아리들을 모조리 깨뜨리며 "우리는 그래도 나라의 녹을 받고 있어서 고정적인 수입이 있지 않으냐? 그런데 네가 염색재료를 만들어서 팔게 되면 그것을 업으로 하는 백성들의 수입은 그만큼 줄어들어서 그 백성들 생활이 더욱 곤궁하게 될 텐데 어떻게 관리가 되어서 백성들의 수입을 빼앗을 수 있느냐"고 호통을 쳤다.

그러자 동생 또한 형에게 잘못을 시인하고 곧바로 그 일을 그만두었다는 일화가 <신증동국여지승람>이라는 문헌에 전하고 있다. 이 내용은 공직자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인식관이 잘 나타나 있는 내용이다.

얼마 전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신개발지구 토지에 투기했다는 기사를 봤다. 유감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 절대 다수가 오랫동안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 사태와 심각한 주택난이라는 재앙으로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들은 직업에서 얻은 정보로 그것도 남들이 쉽게 못하는 수십억 원의 은행 대출을 통해 미리 신개발지 토지를 매입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것도 부족해 그곳에다 교묘히 많은 나무를 심어서 토지 보상을 통해 더욱 많은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었다 하니 허탈하기 짝이 없다.

이 사건은 공직자가 재직 중 직무와 관련된 부패행위로 당연히 퇴직 또는 해임 사유에 해당하는 공직자의 행동강령에 위배될 뿐 아니라 최고 파면도 될 수 있다. 이것은 공직자가 국민에게 철저하게 신의를 저버린 행위로 앞 사례에서 보여줬던 우리 조상들의 미풍양속에 철저히 반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에도 문제가 되겠지만,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이러한 사건을 두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겠는가. 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이러한 행위를 하고서도 "공직자는 투자도 하지 말란 말인가"라는 식으로 억울함을 항변하고 있다니 도무지 이 나라의 공직 기강이 이 정도 수준뿐인가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오죽하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두고 세간에서는 그들만의 '내 토지 공사'라는 말로 비아냥거릴까.

현재는 코로나 사태나 주택 문제 등 총체적인 대재앙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총체적 난국의 상황이다. 나라에서는 이런 어이없는 일에 대해서 철저하게 책임 소재를 파악하여 책임져야 할 사람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함은 물론, 그 지위에서 얻은 부당한 이익에 대해서는 마땅히 회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쓰러진 사람을 밟고 지나가는 공직자는 당연히 직에서 물러나고 쓰러진 사람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우는 사람이 공직을 지키고 있어야 마땅하리라 생각한다. 자칭 역대 어느 정부보다 도덕적 가치를 최고로 여기는 현 정권에서 기업의 이익공유를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권이나 공기업 곳곳에 숨어있는 이러한 암적인 인사들을 하루빨리 적발하여 공익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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