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투기 의혹 신속히 조사"
토지거래 신고제 도입 약속
내부선 실망·분노·반성 교차
일부 "투자도 못 하냐"물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4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모든 직원·가족의 토지거래 사전신고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LH가 이날 언론에 배포한 '광명 시흥 투기 의혹 관련 대국민 사과문'은 "정부와 합동으로 3기 신도시 전체에 대한 관련 부서 직원·가족의 토지거래 현황 전수조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며 "한 치의 의구심도 들지 않도록 사실관계 규명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이어 "만일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법과 규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LH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직 내부를 대대적이고 강력하게 혁신해 공직 기강을 확립하겠다"며 "다시는 투기 의혹 등으로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전(모든) 직원·가족의 토지거래 사전신고제를 도입하고, 신규사업 추진 시 관련 부서 직원과 가족의 토지 소유 여부를 전수 조사하겠다"며 "조사 결과 미신고 또는 위법·부당한 토지거래가 확인되면 인사상 불이익 등 강도 높은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LH는 이날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에 대한 빈틈없는 조사와 신속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장충모 사장 직무대행 주재로 비상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 앞서 장충모 부사장을 비롯한 LH 경영진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LH가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하는 지경에 이르자 내부에서는 실망과 분노, 반성이 교차하는 등 크게 술렁이고 있다.

진주 본사의 한 직원은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한없이 부끄럽고 화가 난다. 정직하게 근무하는 대다수 직원을 위해서라도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사장을 선임해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진주혁신도시 내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사옥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 진주혁신도시 내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사옥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다른 직원은 "일부 직원들의 잘못으로 나머지 직원들의 상실감이 크다"며 "땅 1평도 산 적이 없는 직원들 모두가 투기꾼으로 몰려 도매금으로 욕을 먹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직원도 "공기업인 LH에서 일하면서 개발정보를 빼내 땅을 매입하는 건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다"며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전수 조사가 국민의 의심을 해소할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런 대국민 사과에도 일부 직원은 'LH 직원이라고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을 보면 한 LH 직원은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마란(말란) 법 있나요"라며 "내부 정보를 활용해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한 건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썼다. 블라인드에는 해당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아야 글을 쓸 수 있다.

다른 LH 직원은 광명·시흥은 개발제한구역이었던 곳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다가 취소된 특별관리지역이었다며 누가 개발해도 개발될 곳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또 다른 직원은 "1만 명 넘는 LH 직원 중 광명에 땅 사둔 사람들이 이번에 얻어걸렸을 수도 있다"며 "하나 터지면 무조건 내부정보 악용한 것처럼 시끌시끌하다"라고 주장하고 "막말로 다른 공기업·공무원 등 공직에 종사하는 직원 중 광명 쪽 땅 산 사람 한 명 없을까"라고 반문했다.

LH 관계자는 "1만 명에 가까운 직원 가운데 블라인드에 관련 글을 올린 직원은 극소수"라며 "LH 공식 입장과 무관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LH 전·현직 직원들과 이들이 매입한 경기 시흥 지역 토지에 관한 자료를 확보해 분석한 뒤 이르면 5일 본사 압수수색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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