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투자에 과감히 나서는 미국
한국, 협력으로 신시장 함께 열어야

2021년 1월 20일, 조 바이든이 미국 제4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개성이 워낙 강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대선 불복을 이어가면서 미국 대선과 취임이 우리에게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고 기존의 세계질서와 다른 행보를 보인 미국 트럼프 정부와 대비하여 바이든 대통령은 과연 어떠한 정책을 펼칠지 기대와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관련한 여러 뉴스를 접하면서 필자는 대통령 집무실에 걸린 초상화 소식에 크게 매료되었다. 특정인의 초상화를 사무실에 두는 것은 그 인물의 사상과 가치관을 따르고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디언을 대학살하고 백인을 대변했던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걸었다고 한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새롭게 집무실을 꾸미면서 과학자 출신의 정치인 벤자민 프랭클린의 초상화를 걸었다고 한다.

미국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1752년에 그의 유명한 '연 실험'을 통해 번개가 전기를 방전한다는 것을 증명한 과학자이다. 그 과학자가 바로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 초대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과학자이자 정치인을 대통령 집무실의 한 벽면에 장식한 것은 미국을 과학기술의 중심으로 만들고, 과학을 국정운영의 중요한 축으로 삼겠다는 뜻일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시절 19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백악관의 과학기술정책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고, 그 자리에 유전학자 에릭 랜더를 임명하였다. 과학기술정책의 컨트롤 타워로 백악관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기조로 풀이된다. 미국의 절대적 우위분야인 국방·우주가 아닌 유전학자에게 소임을 맡긴 것은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바이오와 헬스 분야에 정책적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취임하자마자 서명한 긴급 행정명령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를 선언하면서, 수소·풍력 등 청정에너지 기술개발에 4년간 4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천명했다. 또한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6G) 등 정보통신(ICT) 분야에서도 주도권 선점을 위해 4년간 3000억 달러 투자하겠다고 함께 발표했다.

이처럼 바이오·헬스·청정에너지·ICT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면서 "지식(과학)에 투자하는 것이 여전히 최고의 수익을 낳는다"고 말한 벤자민 프랭클린의 생각을 실천할 태세이다. 바이든은 과학기술 대통령으로서의 확실한 이미지를 전 세계에 심어주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대대적인 과학기술중심 국정과 투자는 세계 여러 국가의 과학기술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과학기술 강국도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과학기술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 세계 연쇄적 투자 증가는 인류의 과학기술 지식 창출과 확산을 더 속도감 있게 진행 시킬 것이다. 과학기술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편 풍부한 과학기술 인프라와 자본을 가진 미국으로 전 세계의 우수한 연구인력이 흡입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또한 미국이 정보통신·제조업 등에서 우수한 기초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경쟁력을 회복하고 독점적 기술력을 행사한다면, 또 다른 양상의 미국 우선주의가 전개될 수도 있다.

미국과 집중투자 분야가 겹치는 우리에게는 기대와 우려가 상존한다. 어차피 협력과 경쟁은 불가피하다.

미국과 과학기술 협력을 도모하면서, 에너지·ICT 등 차세대 신산업 시장을 함께 넓혀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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