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관동동에 40곳 모여있어
가게마다 만들기 체험 다양해
2014년 '가마왈츠'대표 터 잡아
예술인 하나둘 입주 함께 조성
지난해 경남도 지원 사업 선정

맑은 날씨가 이어지던 24일 오후 2시. 김해시 관동동 구실공원 입구에 다다르자 안내판 하나가 시선을 붙잡는다. 검은 장화에 빨간 스카프 차림으로 표지판을 들고 있는 파란 고양이다. 무언가 하고 오른쪽 눈을 비비적거리며 고양이 앞에 다가선다. 설치한 지 오래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깔끔한 안내판이 공방들의 위치를 알려준다. 위아래로 훑어보니 동네 곳곳에 터를 잡은 공방들이 꽤 많다. 안내판 바로 맞은편엔 공방마을을 만든 대표가 운영하는 공방이 모습을 드러낸다. 3분 정도 내용을 살펴보고 나서야 뒤늦게 깨닫는다. 여기가 김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조성한 공방마을이라는 사실을.

▲ 김해공방마을 입간판./최석환 기자
▲ 김해공방마을 입간판./최석환 기자

김해시 관동동에 있는 구실공원과 관동고분공원 주변에 자리 잡은 '이색 마을'이 있다. 김해시가 조성한 곳도 아니고 경남도가 만든 곳도 아니어서 신기한 동네, 김해 공방마을이다. 이곳은 관동동에서 가마왈츠라는 간판을 달고 2014년부터 7년째 실내장식(인테리어) 소품제작 업체를 운영하는 강옥화(52) 대표가 조성한 마을이다. 지인에게 입주를 권유하고 같이 홍보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김해와 창원에 사는 예술인과 공예인들이 공방마을로 대거 옮겨왔다.

첫출발은 '김해관동소품거리'였다. 마을 성격에 더 부합하는 명칭을 고민하다 지난해 5월 김해공방마을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 동네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강 대표가 가마왈츠를 운영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7년 전만 해도 공방은 1~2곳에 불과했다. 매년 차츰차츰 늘어나더니 지금은 40곳이나 된다. 분야도 다양하다. 그림갤러리와 개인화실을 비롯해 의류 장신구, 자수·뜨개질, 캔들·방향제, 케이크 등을 만드는 수업을 하는 공방이 공원을 끼고 몰려있다. 이곳에 터를 잡은 공방은 저마다 아기자기한 매력을 뽐낸다. 하나둘 모여든 공방 덕분에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행정이 나서도 쉽지 않은 일을 지역민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나서 만들어가고 있다.

▲ '가마왈츠' 안진열돼 있는 공예품. /최석환 기자
▲ '가마왈츠' 안진열돼 있는 공예품. /최석환 기자
▲ '가마왈츠' 안진열돼 있는 공예품. /최석환 기자
▲ '가마왈츠' 안진열돼 있는 공예품. /최석환 기자

김해공방마을은 지난해 경남도가 주관한 2020년 지역골목상권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사업비 1억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 돈은 공방마을 입간판과 구역별 공방 안내도, 공방 설명서 제작 등 마을을 정비하고 홍보하는 목적으로 사용됐다.

마을 조성에 앞장선 강 대표는 "일찍이 문화예술과 공예에 관심이 많았다"며 "김해공방마을이 있는 곳은 원래 장유 원도심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주변에 율하IC와 장유IC, 김해공항 등이 인접해 있고, 다른 지역과 접근성이 좋아 이곳에 마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에서 여러 분야의 예술과 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마을은 김해공방마을이 유일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마을 조성을 시작한 만큼 더 많은 예술가와 공예인이 여기에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입주한 이들에게선 여러 기대가 묻어난다. 3년째 화실을 운영 중인 지은미(49) 그림이 있는 하루 대표는 "다양한 예술 체험을 한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이 동네의 장점"이라며 "회화를 하고 있지만, 주변에 회화뿐 아니라 음식 공예를 하는 공방도 많아 체험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고 말했다. 캔들과 향수, 방향제 제작·체험을 전문 공방 레오네 안아정(31) 대표는 "입주한 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공방 종류가 많아서 볼거리가 많고 위치도 괜찮아서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며 "4월부터 공방마을 장터가 시작될 예정인데, 장터를 계기로 마을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4년 전부터 뜨개공방 황실을 운영 중인 노희정(51) 대표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지리적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기 좋은 동네에 공방마을이 조성돼 있다. 여러 공방이 모여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분야가 다양하다 보니까 시민들이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서 참여해볼 수 있기 때문에 외부로 마을이 알려지면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24일 오후 김해공방마을 가게 '가마왈츠' 안을 둘러보는 시민들과 진열돼 있는 공예품. /최석환 기자
▲ 24일 오후 김해공방마을 가게 '가마왈츠' 안을 둘러보는 시민들과 진열돼 있는 공예품. /최석환 기자

케이크 제작·체험 공방 제이엘렌 조진희(40) 대표는 "여기에 자리를 잡게 된 지 5년째다. 마을 조성이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곳 생활에 만족하고 있고, 앞으로 홍보가 더 적극적으로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김해공방마을은 동네 소개와 홍보 업무 등을 주로 담당하는 대표자 한 명을 정해 운영한다. 마을 조성에 앞장섰던 강 대표가 1대 대표를 맡아 활동하다가, 공방마을에서 휴갤러리를 운영하는 강현주(49) 대표에게 직책을 넘겨줬다. 김해공방마을이 어떤 마을로 더 발전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현주 대표는 "유럽의 작은 문화 마을처럼 '공방'이라는 좋은 소재를 밑바탕으로 마을을 더 널리 알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cs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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