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야생-사람 공존하며 경제 살려
AI에 문 걸어잠근 경남도 정책 전환을

"코로나19 사태로 인간들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자연이 회복되고, 지구는 살아나고 있다." 나아가 최근 개에 관한 연구에서 "인간이 개를 데려다 길들인 게 아니라 개가 우리에게 다가왔다"는 학설이 힘을 얻고 있다. 이처럼 사람과 자연의 공생에 대한 고민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한편 코로나19로 일시적으로 자연이 회복되었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팬데믹이 끝나면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얼마 전 우리 지역에 AI(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서 야생은 매우 평화롭고 조용하다. 반면 인간이 키우는 닭, 오리농장들은 살처분으로 축산업자뿐만 아니라, 무고한 생명을 집단적으로 죽이는 행위에 분노하고 시위와 청와대 청원에 동참한다.

필자도 우포늪에 들어 살면서 두 번의 조류인플루엔자를 겪었다. 그때마다 대부분 철새들과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곳은 환경부 소관이지만, 가금류 관리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이기 때문에 모든 지역이 농식품부 명령에 의해 폐쇄된다. 이럴 때 낙동강 유역에 사는 주민들과 행정은 어떤 고민을 하고 풀어나가야 할까?

그런데 순천만은 독자적 매뉴얼에 따라 일부 지역을 개방하고 사람과 야생 간에 공존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그것도 오랫동안의 고심과 현장 관찰을 통한 과학적 결론을 내려 새들이 사람에게 어떤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자문도 구하면서 적극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순천만은 매년 600만 명이 다녀가는 우리나라 최고 생태관광지역이어서 지역경제와 야생이 함께 살아갈 방안을 숙론을 통해 시장과 공무원, 주민, 민간단체들이 함께 결정하고 있다. "보전했던 생태가 밥 먹여준다"라고 새해 순천시장은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순천만보다 먼저 잘 보전했던 경남의 우포늪을 비롯한 보호지역은 제대로 지역주민들에게 밥 먹여주고 있는가. 낙동강 유역의 습지는 오히려 4대 강 사업으로 생태계가 훼손되었고, 이 부분에 대한 생태계 평가도 없었다.

순천시장과 공무원들은 과거 AI에서 많은 대응 경험을 살려서 순천만 주변의 가금류 농장에 대한 주민 설득과 보상으로 흑두루미들이 도래하는 지역에서 사람과 야생의 공존전략을 마련한 바 있다. 오히려 주민들에게 겨울철 철새 보호 일자리를 더 많이 마련하고, 철새 안내자 숫자를 늘렸다. 더하여 과학적 관찰 자료에 의거하여 지역농산물인 볍씨를 더 공급하여 야생 철새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으면서 면역력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순천만에 도래하는 새들이 그곳에서 머물며 먹이 활동을 하도록 하여 주민 민원도 줄이면서 AI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여 중앙정부와 지역 축산업자들과 긴밀히 협업하여 지역 경제를 유지한 본보기가 되었다.

벌써 5년 세월이다. 오래전 주남지와 우포늪도 겨울철 어업 보상으로 탐방객들이 겨울철 생태관광을 하도록 정책을 마련한 적이 있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 이곳은 시민들에게는 숨구멍이었다. 그런데 AI가 발생하자 모두 문을 닫고 무대책이다.

경남도가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2008년 람사르총회 때 순천만에 5억 원이라는 돈을 지원하면서 국제적인 습지올림픽에 동참하도록 하여, 지금도 그때가 계기가 되어 오늘날 순천만의 디딤돌이 되었다고 순천 공무원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는 우포늪과 주남지 등이 코로나와 AI가 겹친 요즘, 시민들의 숨통을 틔울 수 있도록 순천만처럼 시민들에게 일부 탐방로만이라도 개방할 것을 제안한다. 이참에 코로나로 '청정에너지로 전환'과 AI로 주민소득 유지 그리고 가금류 농장의 살처분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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