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지, 마스크 집중력 저하 큰 영향
이정화, 교내·대외활동 기회 사라져
김대원, 과제 제시형 원격 소통 곤란
이현서, 인강으로 부족한 부분 채워

지난해 코로나19로 학교는 과거와 다른 환경에 놓였다. 학생과 교직원 등을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동시에 교육 의무를 다해야 했다. 여러 차례 개학을 연기했고, 등교수업도 제한했다. 늘어난 원격수업만큼, 학습 격차 우려도 커졌다. '코로나 속 학교'는 학생과 교사들에게 어떤 어려움을 안겼는지, 오는 3월 새 학기에는 지난해와 어떻게 달라졌으면 하는지 등 그들의 목소리를 두 차례로 나눠 전한다.

창원시에 있는 사파중학교 졸업을 앞둔 3학년 김윤지·이정화·김대원·이현서 학생 4명을 지난 1일 경남도교육청에서 만났다. 학생들은 '유니큐'라는 인권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했다.

-지난해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어떤 것인가요?

"원격수업이 가장 힘들었어요. 처음 하는 거여서 버벅대기도 했고요. 선생님을 직접 만나서 질문하고 답변받는 게 아니어서 이해도가 떨어져서 사실 학습에 어려움이 있었어요".(김윤지)

"새 학기부터 원격수업을 했는데 과제 제출형 수업이 많았어요. 대면수업보다는 깊이 있게 할 수 있는 수업이 아니어서 걱정이 많았는데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수업을 하니까 힘들었어요."(이현서)

-역시 가장 큰 변화가 바로 원격수업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어려웠나요?

"위두랑으로 과제 제시형 원격수업을 했는데, 학생과 선생님이 서로 바로바로 확인하고 피드백을 주고받기가 어려웠어요."(김대원)

"쌍방향 원격수업도 하고, 과제 제시형 원격수업도 했는데요. 과제 제시형은 출석만 확인하고, 하루 안에 과제를 제출하면 돼서 좀 늘어지기도 했어요.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줌(ZOOM) 등 쌍방향 수업이 학습에는 더 효과적인 것 같아요."(이정화)

-원격수업만으로 해소가 안 돼서 사교육을 더 하게 되는 부분도 있나요?

"제 주변에는 의지가 부족해서 스스로 학습하기 어려우니까 오히려 보충하러 학원에 더 많이 다니는 친구들도 있었어요."(김윤지)

"저는 원격수업을 하게 돼서 학원에 가는 학생이 늘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학생에 따라 달랐던 것 같아요. 아예 수업을 원격으로 하다 보니, 저는 인강(인터넷 강의)을 더 듣게 되긴 했어요."(이현서)

왼쪽부터 김윤지, 이정화, 김대원, 이현서.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왼쪽부터 김윤지, 이정화, 김대원, 이현서.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학교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대화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친구들끼리 붙어다니고, 뛰어놀지 못하는 게 정말 아쉬웠어요. 보통 남학생들은 예전에 축구를 많이 했었는데, 지난해에는 아예 하지를 못했어요."(김대원)

"거리 두기를 강조하다 보니까 교내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어요. 체육대회나 축제 같은 행사가 아예 없어졌고요. 그러다 보니 같은 학년 반 친구끼리도 끈끈하게 묶일 기회가 아예 없었어요."(이정화)

-마스크를 쓰고 온종일 수업 듣는 것도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도 마스크 쓰시니까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경우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마스크 쓰니까 더 졸렸어요. 마스크 때문에 얼굴이 가려져서 마음이 좀 편안해져서인지 수업에 집중력이 낮아지는 것 같다고 친구들끼리 얘기했어요."(김윤지)

"선생님 목소리가 잘 안 들려서 집중해서 들으려고 노력하게 되는데요. 전달력이 떨어지니까 수업이 끝나고 나면, 개별적으로 질문하는 학생이 늘어난 것 같아요."(이현서)

-등하교, 급식, 쉬는 시간 등 거리 두기를 지키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죠?

"원래 교내에서 물건을 공유하거나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친구끼리 스킨십도 엄청 잦았는데요. 거리 두기 하려니까 초반에는 잘 안 되기도 했는데, 점차 익숙해진 것 같아요. 급식받는 속도가 느려졌어요. 예전에는 우르르 가서 바로 먹었는데, 이제 손 소독하고, 거리 두기 발판에 서서 기다려서 먹으니까 몇 분 차이 안 나지만 기다리는 게 힘들었어요."(이정화)

"등교, 급식시간에도 거리 두기를 해야 하니까 학교생활의 묘미가 떨어지긴 했어요. 지금은 정적으로 다녀야 해서 힘든 점이 있어요."(이현서)

-다들 코로나에 대한 위기의식이 컸는데요. 가까이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 동요되지는 않았나요?

"창원 신월고등학교 학생 확진자가 나왔을 때 학생들 사이에 정확하지 않은 소문이 막 돌았어요. 어떤 선생님도 확진이 됐다더라, 확진자가 어디를 다녀왔다더라는 등 내용이었는데요. 친구 가족 중에 동선이 겹쳐서 학교 못 나오게 되면, 덴탈 마스크를 쓰다가 KF 94로 바꿔썼어요."(김윤지)

"언니가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서 검사한 적이 있었는데요. 코로나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걸 느꼈고요. 다들 거리 두기 잘 지키고 있지만, 더 조심하게 됐어요. 학교 말고는 밖에도 거의 안 나가게 됐고요. 친구들끼리 단톡방에서 뉴스 캡처해서 돌려보면서 만나지 말자고 했어요."(이정화)

-교육부가 올해 최대한 등교수업을 확대하고, 학사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수능도 그대로 치르고요.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데 대입 준비 등을 하는 데 코로나로 걱정되는 부분이 있나요?

"생기부(생활기록부)가 가장 걱정이에요. 고등학생이었던 저희 언니도 지난해에 불안해했어요. 생기부를 채울 만한 활동 기회가 줄어들어서 기재할 때 빈칸이 많아질까 봐서요."(이정화)

"코로나가 언제 대유행할지 모르니까, 원격수업을 하게 되면 혼자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요."(이현서)

-코로나 없는 학교 모습을 상상해봤나요?

"다 같이 밥 먹고, 걸어서 운동장 뺑뺑이 도는 것 해보고 싶어요. 회전초밥처럼 도는 것 꼭 다시 하고 싶어요."(김윤지)

"마스크 벗고, 친구끼리 붙어다니면서 이야기 나누는 예전 모습을 되찾고 싶어요."(김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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