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65세 중장비 기사 김만석 씨
창원 출발 하루 25㎞씩 20여 일 걷기 계획
"특별한 목표나 의미는 없지만 오랜 염원"

"마산에서 서울까지 걸어서 다녀오겠습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에 사는 김만석(65) 씨는 16일 오후 20㎏ 배낭 하나만을 메고 서울로 떠났다. 20여 일 걸어서 서울로 가는 여정의 출발일이었다. 특별한 목표나 의미를 두고 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했고, 더는 미루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날 마산회원구 제2금강산 사거리 인근에서 그를 만났다.

김 씨는 "세월이 더 가기 전에 이 일을 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장비 기사인 그는 이번 여정을 위해 8월 말까지 일을 미뤘다고 밝혔다.

하루 25㎞씩 걷고 20일 남짓 만에 아들이 있는 서울 도곡동에 도착하는 것이 1차 목표다. 그의 수첩에는 지나가게 될 도시명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김 씨는 "서울까지 자동차로는 330㎞를 달리지만, 걸어서는 500㎞ 정도 가야 할 것 같더라"고 말했다. 중간중간 사찰 스님과 지인들도 만날 생각이다.

▲ 20여 일 걸어서 서울까지 가는 김만석 씨가 16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제2금강산 사거리 인근에서 걷고 있다.  /이동욱 기자
▲ 20여 일 걸어서 서울까지 가는 김만석 씨가 16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제2금강산 사거리 인근에서 걷고 있다. /이동욱 기자

이후 그는 서울에서 주문진까지 기차로 이동하고, 다시 동해안을 따라 걸어 울산, 밀양, 김해 진영을 거쳐 창원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코로나19와 건강 염려가 없지는 않지만, 밀폐된 공간을 피하고 이틀간 야영 뒤 사흘째에는 숙박시설에서 몸을 추스를 예정이다.

김 씨는 '길 떠나면서'라는 제목으로 쓴 짧은 글을 건넸다. 이번 여정의 의지가 담겨 있다. "따뜻하고 배부르고 한 점 아쉬움 없고 넉넉하고 해서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갈 수 있는 그런 길은 나는 싫다 거부하고, 춥고 배고프고 너무 외롭고 힘든 그러므로 결코 아무나 할 수 없고 갈 수 없는 그 길은 나는 갈 것이다. 내가 가는 길에 도중하차 포기는 결코 없다."

미리 상의했지만, 집에는 몰래 쓴 편지를 두고 나왔다고 한다. 아내는 걱정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김 씨는 "계속 울던 아내가 마음에 걸리지만, 홀로 잘 버티고 건강하게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