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간 이동 자제와 5인 이상 집합 금지 등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설 풍경도 달라졌다. 차례와 세배는 4인 이하 또는 비대면으로 지내고, 온 가족 모임은 취소하는 대신 연휴 기간 날짜를 나눠 고향집을 찾는 분위기다. 도민들은 올 추석에는 가족 모두 모이는 명절이 되기를 바랐다.

◇4인 이하로 날짜별 방문

정부 방역 수칙에 맞춰 만남을 최소화하고 간략하게 세배와 차례를 지내는 가족이 늘었다. 신현진(54·김해시 삼문동) 씨는 그동안 어머니가 혼자 사는 고향집에서 동생, 삼촌과 사촌까지 모여 만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동생과 방문 순서를 정했다. 신 씨는 "설 전날(11일)에는 동생 가족이 고향을 찾아 음식을 준비하고 돌아가고, 우리 가족은 설 당일 찾아가 차례를 지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방역 기준인 4명을 맞췄다"며 "삼촌들과 사촌들이 서운해 하겠지만 못 오시게 했고, 영상통화나 전화로 세배 겸 인사를 할 계획이다. 여동생도 이번에는 못 오게 했다"고 말했다.

유정훈(49·창원시 내서읍) 씨도 마찬가지다. 가족이 함께 가던 성묘도 생략하기로 했다. 유 씨는 "근처 합성동 큰형님 집에서 차례를 지낸다. 이번에 서울에 사는 작은형님은 못 오시도록 했다"며 "4명 기준을 맞추려고 설 전날에는 아내만 형님댁에 가서 형수, 조카며느리와 음식을 준비한다. 설날에는 나만 가서 큰형님, 조카와 함께 차례를 지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6남매 중 넷째이고 3형제 중 둘째인 조경수(가명·60·창원시 반송동) 씨는 매년 설·추석에 부모가 사는 함안군 가야읍에서 형제 가족 모두 만났다. 그러나 이번 설에는 서울에 사는 형이 함안에 오지 않는다. 대신 서울에서 차례를 지내고, 경수 씨와 동생이 하루씩 번갈아 부모를 찾아뵙고 세배하기로 했다. 고향 마을에 사는 친지 방문도 하지 않기로 했다. 또 조 씨는 경기도에서 직장에 다니는 딸과 아들에게도 설 연휴 집에 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5남매 중 맏이인 김지영(가명·50·창녕군) 씨는 "국외에 있고 사정이 있는 동생 두 사람 빼고 셋째 동생이 설날 당일(12일), 나는 13일, 막내는 한 주 건너뛴 20일 산청에 있는 아버지 집에 따로따로 갈 계획"이라며 "1년에 두 번, 명절에 흩어져 있던 형제·자매들이 모여서 웃고 떠들며 음식 나누어 먹는 게 몇 안 되는 재미인데, 너무너무 아쉽다. 그래도 이번 설 다 같이 무사히 넘기고, 조금 있다가 코로나19 백신 맞으면 추석쯤엔 모두가 모여 완전체가 되는 날도 결국 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2018년부터 창원시 중앙동에서 술집을 운영 중인 김한규(35) 씨는 이번 설 고향 대구를 찾는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부터 생계가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홀로 사는 어머니를 뵙기 위해서다. 다만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여서 아내와 아이들은 데려가지 않는다. 김 씨는 "여동생 가족이 고향집으로 와서 모든 가족이 모이지는 못한다. 어머니와 여동생 가족까지 3명"이라며 "가족 모두 부담을 느낄까 싶어 코로나19 검사까지 받고 간다. 모두가 편히 볼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리 만나고 마음만 함께

미리 부모를 찾아뵙고 각자 집에서 설 연휴를 지내기로 한 가족도 많다. 이정래(40·창원시 성산구) 씨는 양가에 일찍 안부 인사차 다녀왔다. 이 씨는 "차례를 지내지 않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다. 이번 명절에는 집에만 머무를 예정"이라며 "아이와 남편까지 3인이라서 장을 봐 맛있는 음식을 해먹고, 영화도 실컷 볼 생각이다. 그래도 설 당일에는 영상통화로 세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아이가 세뱃돈을 어떻게 받는지 물어보는데, 할머니가 계좌이체로 보내주기로 했다"며 "이래저래 경험해보지 못한 설날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창희(29·진주시 가좌동) 씨는 "올 설은 가족과 단란하게 보낼 예정이다. 어디 나가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식사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몰아보면서 시간을 보낼 것 같다"며 "5인 이상 집결 금지로 할머니 댁에 가지 않기로 했고, 제사도 따로 지내지 않기에 설 선물만 택배로 보내드렸다"고 말했다.

김미영(가명·42·진주시 초전동) 씨는 설 연휴에 시댁에 가지 않는다. 김 씨는 "시댁 어른들이 있는 집에 아이와 함께 가면 5명이 넘는다. 대신 지난주에 시댁에 다녀왔다"며 "시동생도 설 다음 날 시댁에 가는데, 동서는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전했다.

심홍국(41·거제시) 씨는 양가 모두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 심 씨는 "본가(울산)도 그리 멀지 않고 처가(통영)도 가깝지만, 이번 설에는 집에 있기로 했다"며 "감염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부모님도 오지 말라고 하시고 아이들도 아직 어려 방역 수칙을 지키며 설 연휴를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손현지(25) 씨도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도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다른 친척도 할머니 집에 모이지 않고 각자 명절을 보낼 예정"이라며 "지난 명절엔 작은 아빠나 사촌 오빠들이 따로따로 시간 날 때 할머니를 뵈러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모이면 코로나에 걸릴 위험도 있어 다들 집에서만 지낼 것 같다"고 전했다.

◇슬기로운 집콕 생활

아내와 혼인신고 후 첫 명절을 맞는 서영주(32·김해시) 씨는 "지난해 결혼식을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탓에 미뤄졌다. 3월에 하려던 결혼식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9월에 하기로 한 상태"라며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려고 했는데, 처가댁은 아내와 둘이 가면 5인 이상이 돼 양가 모두 명절에는 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설 명절 전에 양가에서 이틀씩 지내고 왔다"고 말했다. 서 씨는 "설에 아내와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준비하고 있다. 보드게임과 게임기를 장만했다"며 "부득이 둘이 설을 쇠게 됐지만, 즐겁게 보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전지혜(41·김해시 내동) 씨는 "남편과 아들, 나 이렇게 차례를 모시고, 상차림은 줄여 정성만 가득 담기로 했다. 대신 차례가 끝나면 남편이 마산 시댁에 음식을 가져다 드릴 예정"이라며 "명절 다음 날에는 걸어서 5분 거리인 친정에서 식사하기로 했다. 반려견, 8살 아들과 함께 아파트 주위를 걸으면서 약간의 지루함과 무계획으로 설을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경남건강가정지원센터는 '슬기로운 집콕 생활'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 관심이 있는 가족은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제시한 '가족 미션' 수행 결과를 센터 블로그(가가호호)에 제출하면 된다. 센터는 추첨을 거쳐 30가족에게 가족활동 꾸러미(달고나 만들기)를 증정한다.

센터는 재활용 쓰레기 발생이 많은 설 연휴를 맞아 '우리 집 재활용품으로 소품 만들기'를 프로그램 주제로 정했다. 참여를 희망하는 가족은 신청서와 재활용품으로 만든 소품, 만드는 모습 사진을 센터 연결 문서(http://asq.kr/iDQY4vwkuDwi27)로 오는 17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센터 블로그(가가호호)와 전화(055-716-2353)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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