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존중 기반한 성인지 교육을
창원시 보육·가사환경 개선해야

지난 연말,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30일 창원시가 양성평등 도시의 상징인 '여성친화도시'에 재지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300여 명의 시민 중심으로 구성된 참여단의 적극적인 노력과 13개 시민단체와의 민관 협력을 통한 젠더 거버넌스를 운영하며 지역특화사업을 개발하는 등 지난 5년간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5년을 향한 실질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한 성과였다.

허성무 시장이 취임한 이래 '여성고위공직 확대' 공약을 이행하며 부시장과 구청장뿐만 아니라 국장에도 여성을 발탁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여성공무원들이 겪어온 승진 한계를 넘어설 기회인 동시에 그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사권자의 배려나 인위적인 배제가 개입할 수 없는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여성친화도시 재지정을 계기로 마음 놓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보육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자기계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가사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투자와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출생아 감소로 폐업하는 어린이집 숫자는 늘어 가는데, 정작 수요자인 엄마들은 아기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서 역량계발이나 승진 기회가 낮아질 수 있는 장기 휴직을 선택하거나 그런 선택마저 할 수 없는 노동자는 퇴직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여성들은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 단절되어 사회 진출이 어려워진다. 이러한 시대적 역행과 현실적인 모순을 근원적으로 진단하고 풀어야 한다.

동시에 내면화되어 있는 성(性)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 교육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겠다.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배려나 상호존중이 아닌,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불합리하고 편향된 인식 때문에 불평등과 심리적 고통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여전히,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 불편한 진실에 대해 반성해야 하고, 의식과 제도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 변화는 남녀 모두가 전통적인 편견의 틀에서 벗어나 인간이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 사회와 개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는 누구에게나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갖추어 신뢰와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은 타인을 존중하는 최선의 판단을 하고 자주적으로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고 공정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인식을 갖추어야 한다.

지중해 한가운데 위치한 몰타의 고조섬에는 기원전 3600년경 세워진 주간티아 신전이 있다. 이 신전은 명칭 그대로 여자 거인이 아기를 안고 콩과 꿀만 먹으며 큰 것은 50t 정도나 되는 돌들을 쌓아 완성했다고 한다. 또한, 당시 여성들은 신전의 상징이 되었을 정도로 그 능력만큼 인정과 존중을 받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여성들은 신석기시대의 여자 거인들처럼 초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에서는 생계와 자기계발을 위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과를 이루고, 가정에서는 육아에 온 힘을 다하는 '슈퍼맘', '멀티플레이어'들이다.

이번 여성친화도시 재지정을 계기로 특단의 시책이 개발되어 양성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며 조화롭게 발전해 나가는 선진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동시에 굳이 '여성친화도시'라는 지정이 필요하지 않은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