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OTT로 볼 수 있게 된 인도영화
'여성 억압'이란 보편적 문제 공감·응원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춤추는 무뚜>라는 영화 시사회에 당첨되어 보러 갔던 적이 있다. 화려한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영화에 몰입해서 재미있게 관람했던 기억이 난다. 생소했지만 흥미로운 경험이었기에 인도 영화를 볼 기회가 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2년 후 오랜만에 만난 인도 영화 역시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가 마주친 <춤추는 무뚜>였다. 그만큼 한국에 수입된 인도 영화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미디어 업계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온다. 스크린에서 모바일로의 변화, 일방적으로 방송을 내보내는 미디어에서 시청자의 선택권이 넓어진 개별화된 미디어로의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더욱 가속화되었다. 국내 통신사가 제공하던 IPTV와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에 더해 이제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미디어 주권'을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개별 시청자의 입장에서 VOD(주문형 비디오)로 올라와 있지 않은 일부 예술영화는 오히려 영화관과 비디오 대여점만 있던 시대보다 찾기가 더 힘들어졌지만, 대신 OTT를 통해 각국의 TV시리즈와 대중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다국적 OTT들이 인도 시장에서 확보한 인도 영화를 한국에서도 제공하면서 그간 그나마 다양한 영화를 제공하던 IPTV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여러 인도 영화들이 갑자기 선택지 안에 들어왔다.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폭력성이 덜한 영화를 찾다 보니 인도 영화에 눈길이 갔다.

그렇게 고른 영화가 <당갈>(2016)이었다. <세 얼간이>(2009),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2014) 등의 히트작에서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던 영화배우 아미르 칸이 <당갈>에서는 두 딸을 레슬링 선수로 키우는 엄숙한 아버지로 등장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기타와 바비타 두 소녀는 열악한 훈련 환경과 짧은 머리의 여성 레슬러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 박진감 넘치는 레슬링 경기 장면들을 담은 <당갈>은 당시 역대 최고 흥행 인도 영화로 부상했고, 수익 3억 달러의 3분의 2를 중국에서 내며 비영어권 외화 흥행 1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당갈> 이후 OTT 두 군데에서 여러 편의 인도 영화와 시리즈를 보다가 IPTV로 돌아와서 구매한 영화가 <시크릿 슈퍼스타>(2017)이다. 주인공인 고등학생 인시아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학교와 학원 바깥에서의 활동을 허락해 주지 않아서 니캅을 쓴 유튜브 스타가 된다. 제작자인 아미르 칸은 인시아를 돕는 역할로 출연하지만 코믹한 조역이고, 주인공은 인시아와 인시아의 엄마인 나즈마 두 여성이다. 이 영화 역시 인도와 중국에서 히트했다.

인도와 중국에서 이 영화들이 대흥행했다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여성을 옥죄는 봉건적인 굴레에 대한 문제의식이 아시아인들에게 보편적인 울림을 주는 주제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모바일 화면으로 <당갈>과 <시크릿 슈퍼스타>를 관람하는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도 여성들의 삶에 자연스레 응원을 보내게 된다.

이 두 편은 한국에서 개봉했다지만 창원에 살다 보니 개봉을 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다국적 OTT가 없었다면 나는 <당갈>과 <당갈> 이후 접한 인도 영화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대세가 된 다국적 OTT를 경계하고 우려하기보다는 새로운 세계를 향한 통로로 활용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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