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다수 문화예술 기획자…10평 공간 콘서트·공동체 상영
지역의제 포럼·강좌 운영 경험…지난해 함양군 원탁토론회 주도

함양군에 귀농·귀촌인들이 모여 빈둥대는 시간을 좀 더 알차게 자신과 지역을 위해 쓰기 위해 만들어진 빈둥협동조합(대표 김찬두)이 있다.

이 조합은 지난 2012년부터 귀농·귀촌한 사람들끼리 모여 활동해 오다 2016년 8명이 뜻을 같이해 빈둥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 조합이 굳이 '빈둥'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남다른 뜻이 있어서다.

조합 이름과 관련해 김 대표는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고, 사회가 원하는 성실함을 거부하고 평균적인 삶, 소비를 조장하는 삶을 거부하고 저항적이고 창조적인 일에 시간을 쓰자는 목적으로 '빈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라고 설명했다.

처음 이들은 귀농·귀촌해 논·밭·사과 농사를 지었는데 생각보다 농사일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뒤 지난해부터는 농사일은 텃밭 정도만 하고 수익성이 있는 농사일은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들은 농사일 대신 문화 활동을 하는 것으로 바꾸어 조합에서 10여 평 되는 공간에 빈둥 카페를 열고 이곳에서 주민들과 함께 영화도 보고, 작은 콘서트도 열고 책 읽기는 물론 강좌도 열어 주민과 함께 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카페에는 작은 콘서트를 위한 악기들이 준비되어 있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영사막도 있다. 벽면에는 조합원과 주민이 함께 읽은 책에 대한 소감을 글로 적은 것들이 채우고 있다.

이 빈둥카페는 조합원들이 돌아가며 봉사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인건비는 받지 않고 이 카페에서 발생하는 수입은 카페를 유지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는 문화 활동 지원에 사용하고 있다.

▲ 함양군 빈둥협동조합이 지리산 인근 뮤지션들과 함께 영상 촬영작업을 하고 있다. /빈둥협동조합
▲ 함양군 빈둥협동조합이 지리산 인근 뮤지션들과 함께 영상 촬영작업을 하고 있다. /빈둥협동조합

조합원은 빈둥 카페에서 하는 각종 활동에서 더욱 넓게 지역공동체와 함께하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따라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농사일보다는 공동체와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았다.

지역공동체와 함께할 수 있는 것 중에 중점적으로 추진한 활동은 먼저 지역문화와 지역 커뮤니티, 그리고 지역 의제와 지역참여에 관심을 두고 추진했다.

지역문화 활동의 하나로 올해 2년째 하는 문화 놀이 장을 만들었다. 주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공연 놀이 마켓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지역 주민과 채워 나가는 참여형 문화 축제를 지향하며 지역공동체와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모든 사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하게 되어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비대면으로 하면서 지리산 인근에서 활동하는 로컬뮤지션들의 삶과 음악 이야기를 담는 영상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들을 잘 이해하고 더 깊은 관계를 쌓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역 커뮤니티 관련 활동은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문화 수다방과 손 작업자들과 함께하는 우리 동네 하루 배움터이다.

그리고 지역 의제 지역참여 활동은 2020년 한 해 동안 조합 활동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지난해 함양군 지역 네트워크와 함께 빈둥협동조합이 주관한 원탁토론회. /빈둥협동조합
▲ 지난해 함양군 지역 네트워크와 함께 빈둥협동조합이 주관한 원탁토론회. /빈둥협동조합

지난 2년간 지역 의제라는 주제로 포럼과 강좌를 기획 운영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의 변화를 주제로 지속적인 논의를 해 나갈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더 많은 사람이 지역 의제에 관심을 두도록 하려는 열린 자리를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경남지역 문제해결 플랫폼과 연결돼 지난해 8월에 지역 의제 관련 함양군 원탁토론회를 개최하는 성과를 거두어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처럼 공동체를 위해 지역문화와 지역 커뮤니티, 그리고 지역 의제와 주민 참여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지역에 대해 생각을 함께 나누고 행동을 함께하는 이웃이자 동료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이웃 동료가 더 많아지는 것이 우리 지역의 작은 변화가 아닐까 생각하며 지난 한 해 동안 모두의 수고에 감사하다"라고 활동에 참여한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 대표는 "농촌 정착을 위한 농사일도 했지만, 문화 활동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개인적이기보다는 지역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조합원들 대부분이 문화 예술 분야의 기획자로 일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 활동을 통해 공동체와 함께하고 싶어 문화 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귀농·귀촌한 사람들은 삶을 전환한 것인데 정착하는 데 원주민과 관계와 문화에 대한 갈증을 채워가기가 힘들다"라며 "문화는 저비용으로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으며 도시에서 누리는 작은 문화를 시골에서는 많이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빈둥카페라는 공간을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김 대표는 "올해 귀농 10년 차인데 처음 올 때 함양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런 생각 없이 왔다"며 "앞으로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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