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제 운영위원으로 첫 인연
20여 년 '윤이상 재조명'헌신
콘텐츠·공간 확장성 확보 포부
"힘든 때일수록 음악 힘 필요"

약 20년 동안 통영국제음악재단에 몸담은 이용민(56) 씨가 제2대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통영국제음악제를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음악제로 만든 주역 중 한 명이다. 이 신임 대표는 2002년 통영국제음악제 운영위원으로 음악제와 인연을 맺었고 2004~2013년 사무국장, 2014~2020년 예술기획본부장으로 일했다.

◇운명적 만남 = 이 대표 고향은 마산이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통영에서 산 '통영인'이다. 경남대 음악교육과를 나와 통영중·고등학교 음악교사로 일했다. 그가 윤이상을 공부하고 윤이상에게 빠져든 건 석사 논문을 쓰면서부터다. 이 대표는 1998년 '윤이상의 초기가곡 분석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대 초중반쯤 안종배 교수님이 한 날 연구실로 저를 불렀다. 일본의 음악전문잡지에 7페이지나 실린 윤이상을 언급하며 '이 음악가를 아느냐'고 물었다. 모르겠다고 하니 '세계적인 작곡가인데 이 사람이 자네 고향인 통영 사람이야'라고 알려주었다. 뭐 하는 분인지 궁금해 도서관에서 책이나 논문을 찾아봤는데 자료가 거의 없었다. 이분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고 이후 논문까지 쓰게 됐다."

통영국제음악제는 1999년 '윤이상 가곡의 밤'에서 출발했다. 이후 2000년·2001년 '통영현대음악제', 2002년부터 통영국제음악제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이 대표는 2002년 통영국제음악제 운영위원으로 참여했고 당시 김승근(서울대 음대 국악과 교수) 사무국장의 제안으로 음악교사를 과감히 그만두고 2004년부터 음악제에 세월을 바쳤다.

그가 재단에 가는 것에 대해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통영 어르신들이 많이 말렸다. 왜 안정적인 직장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가느냐며 시장이 바뀌거나 하면 음악제가 문을 닫을 수 있다면서 엉뚱한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 사람들이 와서 열심히 씨를 뿌려놨는데 더는 지역민들이 외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해보고 싶었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도 음악을 전공한 후배로서, 고향 후배로서 정치적 사건으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윤이상의 음악을 알리고 오해가 있는 부분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이 대표는 약 20년간 통영국제음악재단에 몸담았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이 대표는 약 20년간 통영국제음악재단에 몸담았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확장성 넓히고파 = 통영국제음악제는 다른 국제음악제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시도가 남다른 강점으로 손꼽혀왔다. 2004년부터 시즌제를 도입해 음악제를 연중행사로 이끌며 음악이 넘치는 통영을 만들었다. 4월에는 음악제, 11월에는 제2, 제3의 윤이상을 발굴하기 위한 콩쿠르도 열어 2006년 한국 콩쿠르 중 최초로 유네스코 산하기관인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가입했다.

통영국제음악제 하면 수준 높은 작품과 좋은 음향, 아름다운 경관이 장점이다. 2013년 통영국제음악당이 건립되고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독일인 플로리안 리임 대표가 맡으면서 전기를 맞았다.

이 대표는 "전임 대표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확장성을 가지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임 대표는 스쿨콘서트를 열어 학생들의 음악적 관심을 높였고 무대와 객석의 조도 차이를 낮추어 연주자와 관객이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통영국제음악제가 고급스러운 음악, 지명도가 높은 연주자만 서는 무대라는 인식이 있다 보니 통영시민, 경남도민이 마음 편하게 오지 못하는 일도 있다. 그래서 명성은 유지하되 확장성을 가지려고 한다. 콘텐츠를 효율적이고 친절하게 전달하고자 고민하고 통영국제음악당이라는 공간을 넘어 야외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싶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한 통영국제음악제는 올해 3월 26일부터 4월 4일까지 '변화하는 현실(changing reality)'을 주제로 관객을 만난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모든 공연이 온·오프라인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에게 표를 20% 정도 저렴하게 판매하며 라이브 스크리밍을 통해 공연장 밖 관객에게도 무료로 제공한다.

"(코로나19로 힘든)이런 때일수록 음악이 가진 불변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분절된 상황, 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음악은 개인에게 서로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통영국제음악제를 통해 용기를 얻고 더불어 일상을 회복하는 지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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