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로써 가짜 뉴스 막기 어렵다는 진단
그래도 언론 자유 외칠 권리는 시민에게

2014년 9월 22일 jtbc 뉴스가 '팩트 체크(fact check)'를 선보인다. 손석희 앵커는 "이슈가 된 내용을 심층적으로 파헤쳐서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시간"이라고 소개했다. 유력인사 발언과 의미 있는 사안을 점검하는 역할을 스스로 맡았다. 팩트를 향한 지지는 가짜에 대한 원망과 비례했다.

점검하겠다는 그 많은 발언과 사안은 어디에서 나오나? 매체 보도에서 나온다. 의미를 좁히면 '팩트 체크'는 가짜 뉴스와 매체에 대한 검증이다. 더욱 정제된 뉴스를 전하겠다는 선의가 불순한 생산자에게 던지는 경고는 분명하다.

"최소한 사실관계 정도는 확인하고 보도해라! 언론으로서 부끄럽지 않니?"

물론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사실 앞에서 부끄러워야 할 거대 매체들은 계산기 먼저 두드렸다. '팩트 체크'가 소비자 눈길을 끌기에 꽤 쏠쏠한 기획이라 여겼나 보다. 사실을 뒤틀어 거짓으로 재단하고 거짓을 엎어서 다시 사실로 만드는 천박한 기술까지 팩트 체크 이름을 걸고 나왔다. 유사 팩트 체크는 이제 온·오프라인에 차고 넘친다. 사실과 더 깊은 진실이 다양한 해석을 넘어 셀 수 없이 많을 이유까지는 없을 텐데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가짜 뉴스를 제어할 제도적 수단을 거듭 고민하고 있다. 13일 이낙연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의사당 난입 사태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가짜 뉴스를 믿고 선동에 휘둘리면 견고해 보이던 민주주의도 한순간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짜 뉴스 대처 법안 입법을 2월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안 추진 배경은 이해하지만, 거짓을 제도로 제어하기는 어렵다. 가짜 뉴스 규제에 대해서는 마침 안토니 벨랑제(Anthony Bellanger) 국제기자연맹 사무총장 견해를 가까이서 들을 기회가 있었다. 가짜 뉴스 기원을 '성경(Bible)'이라던 안토니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도 빠져나갈 방법이 훨씬 많이 생길 것이다. 가짜 뉴스를 막을 길은 없다. 교육을 잘 받은 기자, 더 윤리적인 기자가 가짜 뉴스를 이겨내야 한다."

정작 저널리즘은 규제 안에 갇히고 가짜 뉴스는 규제 밖에서 활보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 심사도 그랬다. 제도로 규정한 자격에 한참 못 미친 종합편성채널을 기어이 심폐소생(조건부 승인)으로 살려내지 않았나.

그렇더라도 이제 '언론 자유', '규제 반대' 구호는 매체나 기자 몫이 아니지 싶다. 당연히 그 권리는 뉴스 소비자, 건전한 시민이 먼저 주장해야 한다. 지금까지 영리하고 야무진 시민은 권력이 언로를 막으려 할 때마다 재기 발랄하게 맞서곤 했다. 저널리즘에 충실한 매체와 기자가 비틀거릴 때 주저 없이 기댈 어깨를 빌려줬다. 그러니까 문제는 지금 언론이 주장하는 자유가 저널리즘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데 있다. 하찮은 규제나 진영이 어떻고 같은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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