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인지예산·시민기후예산 등
국내외 다양한 제도 도입·검토
도내 지자체도 관련 정책 필요

경남도가 예산 편성과 정책 수립 과정에서 기후위기 영향을 따져보는 제도 마련에 들어갔다. 이 같은 제도 논의와 도입은 국내외에서 본격화했다. '탄소인지예산', '시민기후예산서' 등 여러 용어가 쓰이는 실정이다. 경남지역 자치단체도 세계 흐름에 발맞춰 기후위기 대응과 밀접한 예산 편성, 정책 수립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올해부터 탄소인지예산제도 도입을 검토한다. '온실가스 발생·감축량 측정과 분석 방법론 개발' 연구 용역을 거쳐 구체적인 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양이원영(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지난해 7월 탄소인지예산제도 도입 방안을 담은 국가재정법·국가회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하기도 했다. 2022회계연도 예산안·결산부터 예산이 탄소 감축에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한 '탄소감축인지 예산서'와 탄소 감축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집행됐는지를 평가하는 '탄소감축인지 결산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산의 실제 효과를 분석하기 어렵다 보니 이 같은 제도가 정교한 분석 틀을 갖춰야 실효성을 거둔다는 지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외 유사 사례를 비교·분석한 보고서가 있다. 경기연구원은 지난해 9월 말 <이슈 & 진단> '그린뉴딜 성공의 조건: 탄소인지예산'(생태환경연구실 선임연구위원 고재경·연구원 예민지)을 내놓았다.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인용해 "국내총생산(GDP) 약 40%가 공공지출에 사용되므로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국가예산이 일관된 방식으로 지출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후변화 목표에 기반을 둔 예산 배분 기준과 규칙은 유해 보조금과 세금을 줄이는 대신 기후변화 목표에 기여할 예산 비중을 높이고 경제적 인센티브(유인책)를 재설계해 시장에 장기 신호를 보내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연구원은 "탄소인지예산을 도입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모든 정책과 예산에 기후변화를 주류화하고 영향을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탄소인지예산은 정책 투명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동시에 시민 인식증진 수단으로 유용한데, '시민기후예산서'는 대표적인 예"라고 밝혔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2011년부터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기후예산 태깅(tagging·꼬리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팔, 캄보디아 등은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시각화한 자료이자 예산 과정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시민기후예산서'를 활용 중이다.

OECD도 2017년 '녹색예산에 대한 파리 협력'을 발표해 "녹색예산 추진을 위해서는 국가 재정관리 시스템에 기후·환경 목표를 통합하는 전략적 틀, 정책 일관성과 기후 관련 예산을 식별할 방법론과 도구,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를 위한 보고 체계, 예산 과정의 참여 거버넌스(협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지난해 서울시는 주요 정책 수립 단계부터 기후·환경 영향을 고려하는 '기후예산제' 도입을 계획했고, 경기도는 정책과 예산사업 추진 때 온실가스 배출 영향을 사전에 검토·평가하는 '(가칭) 탄소영향평가' 도입을 제시한 바 있다.

연구원은 "처음부터 탄소 배출(완화)과 기후 리스크(적응)를 모두 고려하기보다는 기준과 방법론이 비교적 명확하고 정량화된 정책 목표가 있는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을 맞춰 예산의 탄소 영향을 검토하는 '탄소인지예산'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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