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영화인 제작 8편 상영회
장애인·비장애인 함께 관람
화면해설·소리정보 서비스 등
관객과 대화 수어통역사 배치
장애인 문화 향유권 확대 계기

경남지역 영화를 배리어프리(Barrier-free·무장벽) 버전으로 볼 수 있는 상영회가 열리고 있다.

진주시민미디어센터가 주최·주관한 '함께 보는, 경남영화_배리어프리 버전 상영회'로 오는 31일까지 진주 롯데시네마 엠비씨네에서 진행된다.

상영작품은 총 8편으로 구자환 감독의 <레드 툼>, 김록경 감독의<잔칫날>, 이상진 감독의 <창밖은 겨울>, 김진남 감독의 <판타스틱 휴가백서: 삼천포 가는 길>, 최정민 감독의 <앵커> 등 장편영화 5편과 김재한 감독의 <쏴!쏴!쏴!쏴!탕>, 박보현 감독의 <그 여름 핫도그>, 김한울 감독의 <김밥> 등 단편영화 3편이다. 지난 21일 오후 7시 개막식을 찾았다.

▲ 지난 21일 진주 롯데시네마 엠비씨네 9관에서 진주시민미디어센터가 주최, 주관한 '함께 보는, 경남 영화 배리어프리버전 상영회' 개막식이 열렸다. 이날 상영회가 끝나고 단편영화 <그 여름 핫도그> 감독과 배우와의 대화가 진행됐다. /김민지 기자
▲ 지난 21일 진주 롯데시네마 엠비씨네 9관에서 진주시민미디어센터가 주최, 주관한 '함께 보는, 경남 영화 배리어프리버전 상영회' 개막식이 열렸다. 이날 상영회가 끝나고 단편영화 <그 여름 핫도그> 감독과 배우와의 대화가 진행됐다. /김민지 기자

배리어프리 영화는 장애인·비장애인 모두가 즐기는 영화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해설이 음성 내레이션으로 제공되고 청각장애인을 위해 대사·음악·소리 정보가 한글자막으로 나온다.

진주시민미디어센터는 지난 4개월 간 도내 영화인이 제작한 장단편 영화를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해 관객에게 선보였다.

배리어프리 영화를 보는 건 처음이라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영화관으로 향했다. 개막식 일정은 이랬다. 개막 공연 이후 영화 <그 여름 핫도그>를 화면 없이 소리로만 듣고,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된 영화 <김밥>을 본다. 마지막은 소리로만 들었던 영화 <그 여름 핫도그>를 시·청각장애인의 영화 관람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싱크로'를 깔고 보는 거다.

상영회 풍경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좌석 옆에는 싱크로 앱이 깔린 스마트기기가 설치됐고 스크린 앞에는 수어통역사가 있었다. 그동안 영화관에서 볼 수 없던 낯선 경험이지만 앞으론 일상이 되어야 할 경험이기도 했다.

스크린이 꺼지고 검은 화면이 보였다. 오롯이 소리로만 영화를 감상하는 시간이다. 영화는 <그 여름 핫도그>로 21분짜리였다.

모든 감각이 귀에 집중됐다. 청각을 통해 영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청각으로 영화 모든 장면을 완벽하게 만들기엔 어려움이 따랐다. 상영하는 동안 귀에 집중하다 보니 금방 피로감이 몰려왔다.

이후 화면에 해설과 한글 자막이 나오는 개방형 상영 방식의 배리어프리 영화 <김밥>을 보았다. 사실 이 영화는 이전에 본 적이 있지만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본 건 처음이다. 영화는 마산 돝섬을 이곳저곳 누비며 김밥을 파는 종우의 이야기를 담았다.

▲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상영한 단편영화 <김밥>. 청각장애인을 위해 대사, 음악, 소리 정보를 넣었다. /진주시민미디어센터
▲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상영한 단편영화 <김밥>. 청각장애인을 위해 대사, 음악, 소리 정보를 넣었다.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친절하게 오프닝 크레디트에 '자막 표기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소괄호는 화자표시, 대괄호는 소리정보, 기울임체는 회상 및 화면 밖 소리를 의미한다는 정보다. 예를 들어 [슬리퍼 끄는 소리] [수세미로 도마를 닦는 소리] [쩝쩝, 먹는 소리] 등이다.

마지막은 이전에 소리로만 감상한 <그 여름 핫도그>를 다시 보았다. 스마트기기를 통해 음성 해설과 자막을 볼 수 있는 폐쇄형 상영 방식이었다. 비장애인은 일반 영화처럼 보면 되고 장애인은 싱크로라는 앱을 깐 스마트기기로 '화면해설'과 '자막'을 선택해 영화를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자막을 선택해 영화를 보았다. 관객에겐 화면이 두 개인 셈이다. 스크린은 일반 영화 화면이고 스마트기기에는 자막이 깔린 영화 화면이다.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등장인물과 배경이 달라 당황하기도 했지만 소리로만 감상했던 영화를 눈으로도 보니 영화 줄거리가 좀 더 선명해진 느낌이다. 한글 자막이 있으니 장애인뿐만 아니라 한글에 아직 익숙지 않은 이주민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박보현 <그 여름 핫도그> 감독은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된 자신의 영화를 처음으로 보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보니까 또 다른 선택지가 늘어난 것 같아 낯설지만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앞으로 많은 독립영화, 다양한 장르에서 배리어프리 버전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장애인이 영화를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듯이 장애인도 자유롭게 영화를 선택해 볼 권리가 있다. 이날 열린 배리어프리 버전 상영회는 모든 사람이 함께 경남 영화를 봐서 좋았고, 시청각장애인의 문화예술 향유권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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