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030 순유출 역대 최대 전망
임금·복리·적성 만족도 낮아
'전국 상위권'역내 취업률 무색

#김모(32) 씨는 2018~2019년 경남지역 한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다. 무기계약직 전환 기회가 있었지만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 김 씨는 경남을 떠나 서울의 유튜브 영상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영상 쪽에 흥미가 있었고, 서울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서울이 지역보다 훨씬 기회와 정보가 다양하고 접근하기 좋다"고 말했다.

#천모(36) 씨는 고향인 창원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천 씨는 8년 전 이름난 대기업 제과회사에 취업해 경기도 수원에서 일했었다. 천 씨는 대기업 취업 전 창원의 한 중소기업에서 인턴을 한 적도 있다. 당시에는 월급도 적고, 적성에도 맞지 않아 그만뒀다. 그는 다시 수도권 기업으로 가고 싶어 한다.

이처럼 경남 청년은 정말 지역을 떠나고 싶어할까. 올해 도내 20~39세 인구 순유출(전입보다 전출이 많음)은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1~11월 도내 20·30대 인구 순유출은 1만 7741명. 이는 통계청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1995년 이후 최대치다. 경남은 2010년부터 쭉 20·30대 전출이 전입보다 많다. 2013~2015년 1600여 명 수준이었던 20·30대 순유출은 2016년 5357명, 2017년 6441명, 2018년 1만 582명, 2019년 1만 2613명 등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서' 그럴까. 도내 대학 신규 졸업자 역내 취업률은 72.6%로 전국 18개 시도 가운데 제주(82.6%)를 제외하면 가장 높다. 또 첫 직장을 그대로 유지하는 비율도 경남(65.8%)이 전국(64.2%)보다 높다. 더불어 도내 첫 직장 유지자 가운데 이직 의사가 있는 청년은 18.5%로, 전국 평균(22.7%)보다 낮다.

이는 경남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경남 청년은 정말 지역을 떠나고 싶어 했을까>에 담긴 내용이다. 연구원은 "도내 신규 대졸 청년은 지역노동시장에서 취업하고, 지역에 계속 머물고자 하는 의지가 높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순유출이 느는 이유는 뭘까. 연구원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다른 지역에 취업했을 때 임금과 복리, 직무·업무 적성 등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도내에 취업한 청년이 월평균 임금 201만 1000원을 받을 때 도내 대학을 졸업한 역외 취업 청년은 217만 4000원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역내 대기업·상용직 취업 청년은 전국 평균보다 매월 7만~18만 원 낮은 임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역내 취업 청년 가운데 27.4%가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역외 취업자의 10인 미만 사업장 취업률은 21% 수준이다.

역외 취업 청년은 타지 정착·생활과정에서 생활비 지출 등으로 소득 만족도가 낮음에도, 대신 전공·업무 일치도, 자율성·권한, 적성·흥미 등 업무 특성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사회적 평판도 역외 취업 청년의 만족도를 높였다.

연구원은 "소규모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나 보건·안전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많고 사내 복지나 기업 내 조직문화 등이 열악하다"며 "역내 취업 청년이 양질의 일자리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경제적 보상 측면에서도 역외 취업이 더 낫다는 결론에 이른다"며 "도내 청년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연구원은 "청년세대 노동권익 의식을 아직 기업문화가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