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무 살이 되던 해 시작한 엄마의 가게는 지난 15년간 쉬어간 적이 없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명절이어도, 엄마가 아무리 아파도 우리 엄마의 작은 가게는 그곳에 늘 열려 있었다. 코로나19는 엄마에게 의도치 않게 기약 없는 휴일을 선사했다. 엄마는 당장 얼마나 휴업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당황했고, 급한 지출을 위해 대출을 했고, '멘붕'의 과도기를 지나 지금은 쓰린 속을 비우려 애를 쓰고 계신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문득 엄마의 15년은 어떤 의미였을까, 코로나19가 지나고 또 이런 시간이 올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늘 바쁘다는 이유를 잠시 접어 두고, 다시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회인으로서 살아가다 보니 만나야 할 사람도, 알고 싶은 것들도 많아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살아왔다. 현실적인 경제적 어려움, 보이지 않는 전염병이라는 공포, 그리고 그것이 우리 옆까지 다가왔다는 것이 실감 나는 요즘, 아이러니하게도 '마스크를 벗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가끔은 고마움을 몰랐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 대한 존경을 보낸다. 이 어려운 시기, 그래도 당신이 있어서 잘 버티고 있다고, 감사하다고, 우리 조금만 더 힘내어 보자고.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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