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미술관 하반기 기획 '화제'
지역활동가 이야기 등 인상적

경남도립미술관 하반기 특별기획전으로 설치미술가 최정화 작가의 '살어리, 살어리랏다'전이 시작된 게 벌써 두 달 전 일이다. 최 작가는 1년 6개월 정도를 준비한 끝에 지난 10월 살어리랏다전을 세상에 내놨다. 전시에는 3억 원 정도가 들어갔다고 한다. 이번 전시를 두고 경남도립미술관은 "10억짜리 가치가 있는 전시"라고 자평했다. 충실히 준비해온 최 작가 전시에 대한 미술관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느 전시장과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발길이 뜸하다. 전례 없는 전염병 확산 여파가 야속하다.

살어리랏다전은 도립미술관 전체 공간을 사용하는 전시다. 1층 제1전시실에 마련된 '당신은 기념비입니다'라는 작품이 유독 시선을 잡아 끈다. 벽면 한구석에 낙서하듯 적힌 글귀 옆으로 '교복 명찰'을 떠올리게 하는 형형색색의 이름표가 육안으로는 개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직·간접적으로 이번 전시에 참여한 경남도민 1000명의 이름이 적힌 작품이다. 이번 전시가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탄생한 것이라는 뜻이 작품에 담겨 있다. 이름과 뜻도 멋지지만, 빽빽하게 벽면에 나붙은 이미지가 눈길을 붙잡는다.

최 작가는 이 밖에도 '당신의 빛', '우리의 기억', '무이무이(無異無二)'라는 주제로 만든 작품을 여럿 내놓았다. 도내 곳곳에서 찾은 재료로 만든 작업과 더불어 거제와 양산, 남해에서 활약하는 지역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별유천지(別有天地)'전도 같이 차려놨다. 공유를 위한 창조(거제), 비컴프렌즈(양산), 돌창고프로젝트(남해), 팜프라(남해)라는 이름으로 경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지역민들의 활동상을 소개하는 전시다. 활동을 전시하는 게 별유천지전의 특징인데, 그들이 걸어온 길과 그들만의 이야기가 전시장에 드러난다.

살어리랏다전은 전시 폐막까지 앞으로 두 달여를 남겨두고 있다. 남은 기간 경남도립미술관은 전시연계 행사를 추가로 열어 관람객과 만날 예정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지금보다 더 심각해지지 않는다면 작가와 관람객들이 만나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대면 행사와 어린이 관람객들이 작가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행사 등이 1월 중에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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