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중한 이에 대한 기억·마음
〈잔칫날〉, 부친 마지막 선물

김록경(38) 감독의 첫 장편 <잔칫날>은 지난 7월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배우상(하준)· 관객상·배급지원상 등 4관왕에 올랐다. 이어 영화는 지난 2일 개봉 첫날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치하며 관객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마산에서 태어나 사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들었다. 어떻게 영화판에 입문하게 됐나.

"어릴 때부터 영화나, 연기에 관심이 많았다. 아무래도 영화배우가 꿈이셨고 영화를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거 같다. 처음 시작은 감독이 아니라 배우였다. 부산에서 개최된 영화 <돌려차기>(2004년) 오디션에 합격해 영화 현장에 처음 가게 됐고 20회차 넘게 촬영장에서 지내다 보니 영화에 더 깊이 빠져버렸다."

-배우로 활동하다가 지난 2016년 <연기의 힘>으로 감독 데뷔를 했다. 첫 장편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4관왕의 영예를 안았는데 관객 반응도 좋다. 영화 <잔칫날>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나.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마음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시되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서로 주고받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많이 공감해줘 요즘 감사함을 많이 느낀다."

▲ 김록경 감독. /트리플픽쳐스
▲ 김록경 감독. /트리플픽쳐스

-최근 인터뷰를 보니 '글을 쓰고 완성하기까지 아버지의 존재가 매우 큰 버팀목이었다', '8년 전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의 시간이 없었다면 <잔칫날>은 없었을 거다'라는 내용이 있더라. 감독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였나.

"추운 겨울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바다에 나가 형과 저를 키우셨다. 태풍이 부는 날에도 배를 살펴야 한다며 바다에 다녀오시던 아버지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난다. 영화를 하겠다던 저에게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해 늘 미안해하셨지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끔 응원을 해주셨다. 그리고 제게 <잔칫날>을 주셨다. 8년 전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의 일들, 저의 모습, 형의 모습, 제가 그때 느낀 여러 감정이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 그 이후 몇 번 다녀간 장례식장에서 느꼈던 생각들과 또 다른 이야기들이 제 경험과 오버랩되면서 <잔칫날>이라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무엇보다 아버지와의 시간이 이야기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됐다."

-앞으로 어떤 영화, 어떤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만들고 싶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꾸준히 적어 나갈 생각이다. 이야기의 공통점이 있다면 가족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건데, 다양한 장르 속에서 가족과 사람들의 솔직한 모습을 담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영화가 탄생하기까지 많은 도움이 있었다. 김 감독은 특히 초기 자금을 지원한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영화 촬영 장소를 제공한 사천·삼천포 지역민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잔칫날>을 준비하고 촬영하면서 제가 자란 지역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한 분 한 분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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