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계도기간 올해로 종료 전수조사 내년 가능 답변 91%
"코로나 여파 초과근무 줄어 제조업 예행연습 혼란 없을 듯"
탄력근로제 개편엔 노사 이견 고용유지·임금저하 방지 필요

내년 1월 1일부터 중소기업(50~299명)에서도 '주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 근무제'가 의무화된다.

이를 두고 노동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 제도가 차질없이 이행되도록 보완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함께 나오고 있다.

◇기대 =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계도기간은 올해 말 끝난다.

노동부는 지난 9월 중소사업장 2만 4000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를 근거로 이미 대다수 중소기업이 주 52시간제 준수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노동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만 4000곳 중 81.1%가 52시간제를 도입하고 있다. 내년에 '준수 가능'하다는 응답은 91.1%에 달했다. '준수 불가능하다'는 응답은 8.9%에 그쳤다. 노동부는 "준비가 안 된 기업에는 교대제 개편, 유연근로제 활용을 포함한 전문가 컨설팅을 제공해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중소기업 노동 현장에서는 주 52시간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창원시 한 제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올해 코로나19로 제조업 현장은 이미 초과근무·수당이 많이 줄었다"며 "주 52시간제에 따른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예행연습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52시간제가 의무화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대기업은 일찌감치 주 52시간제를 적용했다"며 "당장 연장근무 시간이 줄고 그에 따라 수당이 줄어든다는 우려가 있지만, 그만큼 이제는 기본급을 올리려는 노력과 요청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려 = 일부 노동자들은 주 52시간제 도입을 찬성하면서도 생계유지 불안감을 토로했다.

도내 한 노동자는 "월급제가 아닌 시급제로 운영하는 사업장 같은 경우 기존 임금을 보전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노동조합이 없는 곳은 더 심할 것이다. 고용보험 지원 제도 등 정부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여전히 계도기간 재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500개사를 설문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의 39%,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업체의 83.9%가 준비 미흡으로 나타났다며 정부와 상반된 결과를 내놨다.

비수기와 성수기 업무량 차이가 크고, 노동집약·하청 업체가 많은 중소기업은 업무를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경영계는 탄력근로제(업무량에 따라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등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기중앙회 설문조사에서도 6개월 탄력근로제 도입 때 어려움이 대부분 해소된다거나(46%), 일부 해소된다(34%)는 의견이 80%로 나왔다.

이와 관련해 거제시 등 조선업체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고용위기지역 연장과 주 52시간 의무화 유예를 묶어 서명을 받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제도 보완 필수 = 노동계는 주 52시간제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정부의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 건강·생명과도 직결되는 만큼 주 52시간제 시행을 미루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연 한국사회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돈을 버는 건 이제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경영계가 요구하는 탄력근로제 개편 등에 우려를 나타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특별연장근로 등 현재 거론된 주요 보완책은 모두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방안이 대다수"라면서 "고용 유지·임금 저하 방지·노동의 질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남지부는 탄력·선택근로제 등 유연근로제와 관련해 노사 협상 기준을 제시하고자 방안을 다듬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시간은 줄여나가고 그만큼 인원을 늘려서 분배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조선업계는 일감이 많을 땐 물량팀·일당제·단기 고용 등의 이름으로 사람을 끌어다 쓰고, 일감이 줄면 대량해고를 했다"며 "지금 와서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주 52시간제 유예를 말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임금 노동자가 오히려 일을 많이 하는 모순된 구조를 바로잡으려면 장기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일은 나누고 기본임금은 올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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