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독립항쟁가도 볼 수 있기를
애국지사 사당은 '독립지사 사당'

창원시가 전국 최초로 창원지역사랑상품권인 '누비전'에 지역 독립항쟁가를 새기기로 했다. 2021년 새해에는 바라만 보아도 가슴 뭉클한 창원의 대표적 독립항쟁가 얼굴이 새겨진 누비전이 시장과 동네가게를 찾는 창원시민들의 손에 들려 있을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웃음이 난다.

처음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지난여름 도의회에서 열린 '대일항쟁기 일제잔재 청산 등에 관한 조례 제정 토론회'에서였다. 발제 중 이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경남도에서 '도내 인물조형물 설치 내역'을 요구해 받아봤더니 도내 33개 동상 중 독립항쟁가는 불과 3개였다. 국가에서 훈·포장, 표창을 받은 도내 독립유공자 수만 해도 1039명이다. 입증할 서류가 없어서 서훈되지 못했으나 대내외로 인정받는 독립항쟁가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상당하다. 경남에 기릴 만한 독립항쟁가가 단 3명뿐이던가, 한탄하던 즈음이었다.

결국, 나는 지난 10월 지역사랑상품권에 독립항쟁가를 새기자는 5분 발언을 했고, 여기에 창원시가 제일 먼저 화답했다. 창원시에 큰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치열한 독립항쟁사를 가진 나라지만 화폐 속 인물에 독립항쟁가가 없는 유일한 나라다. 그런 일을 창원시가 해냈다.

그런데 여기에 딱 두 가지만 보태려고 한다. '누비전' 시안을 보면 경남의 여성독립항쟁가가 없다. 남녀 기계적인 형평성을 맞추자는 게 아니다. 여성 독립항쟁가는 잊히고 묻혔을 뿐 남성 독립항쟁가 못지않은 활약을 했다. 시대를 생각해보라. 여성은 운신 범위가 결코 넓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남은 많은 여성독립항쟁가를 배출했다.

김조이(金祚伊·1904∼?)는 이승만 정권이 저지른 사법살인의 희생자 조봉암 선생의 동지이자 아내로, 여성·민족해방을 부르짖는 사회주의 청년단체를 조직해 항일항쟁을 하다 해방을 맞았다. 한국전쟁 중에 납북되어 생사를 알 수 없으나 그나마 2008년 건국포장 수훈으로 국가의 위로를 받았다. 진해구 성내동 출신인 김조이는 조선왕조 마지막 진해(웅천)군수의 손녀였다.

김명시(金命時·1907~1949)는 마산합포구 오동동에서 태어나 19살 마산을 떠난 후 26년 동안 중국과 만주벌판에서 빛나게 암약했다. 일제에 붙들려 7년간 옥살이 후에도 김원봉이 이끄는 '조선의용대'에 입대, 총을 들고 무장독립투쟁의 최전선을 누볐다. '백마 탄 여장군' '조선의 잔다르크'라는 수식어는 김명시란 인물에 호기심을 갖게 하는 작은 기제일 뿐이다.

대표적으로 이 두 분을 언급했으나 경남의 여성독립 항쟁사가 유구하니 경남의 남녀 독립항쟁가 여러분이 누비전에 나란히 있는 모습은 의미가 클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현재 마산합포구 진전면에 있는 애국지사 사당의 명칭이다. 애국지사는 법적 용어로,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방 직전인 1945년 8월 14일까지 독립항쟁으로 서거한 분은 순국선열, 생존한 분은 애국지사로 나뉘어 예우가 달라진다. 그러나 현재 애국지사 사당에는 순국선열의 위패도 모셔져 있다.

유족이 만든 기념비 등에서 용어를 혼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공공기관이 만든 사당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애국지사 사당 대신 '독립지사 사당'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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