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단길 골목 구석구석에 카페
생두 볶는 곳 많아 다채로운 맛

옛 창원시는 지난 1997년 행정동 2~3개를 한 개의 동으로 통폐합하는 대동제(大洞制)를 시행해 기존 24개 동을 12개 동으로 축소했다. 도계동은 명서1동, 명서2동과 함께 명곡동으로 태어났다.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도계동이라 부른다.

<창원도호부권역 지명연구>에 따르면 도계동(道溪洞)의 도는 북을 뜻하는 달·다라의 변이형태로, 계는 시내를 표기하기 위한 차자일 것으로 간주한다. 즉 도계동은 북쪽에 있는 시내 부근에 형성된 마을을 의미한다.

요 몇 년 새 도계동에 카페가 많이 생겼다. 젊은 세대들이 적은 자본금으로 카페를 시작하기에 임대료가 저렴했고 평수가 작은 공간도 많았다. 그렇게 하나둘 카페가 생기다 보니 소문을 탔다. 감각적인 음식점, 공방, 술집 등도 덩달아 증가했다.

▲ 도계동 카페 뮤트. /이서후 기자
▲ 도계동 카페 뮤트. /이서후 기자

전국에 이태원 경리단길, 경주 황리단길 등 '○리단길'이 인기를 끌면서 도계동을 '도리단길'로 부르는 사람이 많다.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가로수길이 일자로 뻗은 도로 옆으로 가게가 즐비하다면 도리단길은 골목 구석구석에 가게가 있다. 처음 도리단길에 가면 어디가 어딘지 헷갈리기 쉽다. 그래서 차를 한 곳에 세워두고 걷기를 추천한다. 이 동네엔 4층 높이의 맨션(mansion)이나 빌라(villa)가 많다. 맨션·빌라 이름도 가지각색이라 보는 재미가 있다. 1층은 상가고 2층 이상은 주거용인 건물도 많다. 도계동은 한적한 동네는 아니다. 자동차와 사람들로 북적대는, 사람 냄새가 듬뿍 풍기는 동네다. 그래서 정겹다.

골목을 걷다가 지치면 카페에서 쉬었다 가면 된다. 도계동엔 커피 생두를 직접 볶아 판매하는 로스터리(Roastery) 카페가 많다. 앰버그리스커피, 포베오, 1983로스터스, 커피플리즈로스터스 등 10개 남짓이다.

▲ 도계동 카페 '1983'. /이서후 기자
▲ 도계동 카페 '1983'. /이서후 기자

커피의 맛을 좌지우지하는 건 커피콩이다. 어떤 지역의, 어떤 농장의 생두를 쓰느냐 또 생두를 어떻게 볶느냐에 따라 커피맛은 달라진다. 카페 주인장이 생두를 직접 볶으면 손님은 신선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또 로스터리 카페마다 주인장 각자의 개성이 담긴 커피를 판매하니 카페 여행을 하기 딱 좋은 동네다.

다른 지역 '○리단길'은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어나자 임대료가 오르고 청년 가게들이 나가는 사례가 발생했다. 동네 특유의 분위기마저 잃었다고 한다. 도계동이 앞으로도 딱 이 정도면 좋겠다. 기분좋은 번잡함과 사람 냄새가 있는 동네 말이다.

■ 도계동에서 만난 사람들

▲ 김진휘 포베오 대표. /이서후 기자
▲ 김진휘 포베오 대표. /이서후 기자

김진휘(33) 포베오 커피랩 대표는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에서 올해로 2년째 카페를 운영 중이다. 그는 매장에서 커피와 차, 프리미엄 맥주 등을 판매한다. 동네가 살아야 카페가 산다는 취지에서 '동네 맛집 지도'도 만들어 매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홍보한다. 그래서 지도에는 포베오 커피랩 카페 주변에 있는 다른 커피 매장뿐 아니라 일본식덮밥집, 마카롱 디저트 가게, 칵테일 바 등의 상가 이름과 위치, 휴무일, 운영시간 등이 적혀 있다. 그는 "20~30대 젊은 사장들이 저마다 특색을 갖춘 매장을 꾸려나가는 동네"가 도계동이라고 설명한다. 김 대표가 도계동에서 매장을 운영하게 된 건 어떤 이유 때문일까.

"카페를 열기 전 3~4년 동안 활동했던 기타 동호회가 도계동에서 열렸었다. 그때 처음 이 동네를 알게 됐다. 카페 운영 장소를 고민하다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도계동에서 카페를 열었다. 도계동에는 여러 상가가 모여있다. 가게 하나가 잘된다고 해서 모든 매장의 장사가 잘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동네 지도를 만들어서 홍보했다. 처음 매장 문을 연 2018년도만 해도 동네에 카페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여러 카페가 생겨났다. 로스팅을 직접 하는 특색 있는 카페가 동네에 많다."

▲ 정진우 커피 플리즈 대표. /이서후 기자
▲ 정진우 커피 플리즈 대표. /이서후 기자

포베오 커피랩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장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진우(33) 씨는 지난 5월 커피 플리즈 로스터스라는 이름으로 카페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용호동과 사림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다 높은 임대료 탓에 도계동으로 옮겨왔다. 용호동에서 처음 카페 운영을 시작한 게 2014년이니까 카페 사장이 된 건 6년째다. 3개 동네에서 카페를 운영해본 그가 본 도계동만의 특징은 김 대표의 설명과 다르지 않았다.

"용호동과 사림동에는 잘 꾸며놓은 커피 가게가 상당히 많다. 도계동은 자본이 없는 젊은 사장들이 많은 곳이다.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하다 보니까 적은 비용으로 매장 캐릭터를 살리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개성 넘치는 가게가 도계동에 많이 있다. 각자 나름의 생존 전략을 가진 카페들이다. 다른 동네에서 카페를 운영하다가 도계동으로 넘어오게 된 건 월세가 저렴해서였다. 다행히 이전보다 이곳에 와서 우리 매장이 빛을 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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