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다, 이토록 무지했나, 왜 이리 관심이 없었나.

남 탓하는 소리가 아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지회 기획을 시작하고 나서, 하루에도 몇 번씩 혼자 내뱉는 소리다. 이걸 왜 내가 한다고 했을까, 준비가 너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후회는 매순간 따라다닌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외 취재길이 막히고 애초 계획이 일부 수정되는 등 '시행착오가 많아서 그렇다'며 스스로 위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내 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무지의 소리'다.

어쩌면 비정규직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한 달에 몇 번씩 하는 기자회견을 들여다보며 안주했다. 아, 그저 그렇게 반복되는 일이구나, 이렇게 저렇게 넘어가겠구나. 더 가깝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하다 보니 자연히 관심도도 떨어졌다. 기획 취재 첫발이었던, 배성도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지회장과의 만남은 지난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적어도 무지함을 깨달을 순 있었다.

2005년 창원공장에서 비정규직 투쟁이 시작한 이후 15년이다. 노조가 와해 직전까지 가기도 했고 패배감에 휩싸이기도 했던 그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지난 11일 다시 한번 '정규직 노동자가 맞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재판부는 2013년 파견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등이 유죄가 확정된 점을 들며, '원고(사측)들이 피고(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적법한 도급 관계에 관한 신뢰를 줬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한 지 5700여 일. 8편의 기획으로 지난 모든 시간을 알고 또 공감할 순 없을 터다. 그래도 기획이 다 끝날 때쯤이면 '그래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한다. '덜 무식해졌다'는 기쁨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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