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팬'들 선물·온정 이어져
도립극단에 수제 차 배달
극단 큰들엔 일거리 나눔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예술가들에게 관심과 도움은 큰 힘이 된다. 최근 예술가와 관객, 예술가와 팬이 함께 나눠서 더 행복한 일들이 벌어졌다.

경남도립극단은 창단극 <토지Ⅰ>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다. <토지>는 통영 출신 박경리 작가가 1969년부터 1994년까지 총 16권으로 완간한 대하소설이다. 도립극단은 소설 <토지>를 총 2편의 연극으로 만들 계획이다.

지난 4일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다는 설렘 속, 코로나19로 조심스럽게 연습을 이어나가던 단원에게 깜짝 선물이 도착했다. 한 배우의 '찐팬'이 단원들에게 직접 만든 수제덖음차를 택배로 보낸 것이다. 이 소식은 도립극단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왔다.

"연극 <토지Ⅰ> 배우분 앞으로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20년 찐팬분이 수제차를 선물로 주셨어요. 아침부터 힘 불끈불끈."

'찐팬'은 창원에 사는 황다영(36) 씨다. 그는 단원 김수현 배우의 제자이자 팬이다.

▲ 팬에게 받은 수제덖음차를 들고 있는 경남도립극단 단원들.  /경남도립극단
▲ 팬에게 받은 수제덖음차를 들고 있는 경남도립극단 단원들. /경남도립극단

황 씨는 중학교 3학년 때 극단 미소에서 스승과 제자로 김 배우를 만났다. 오랫동안 서로 연락을 하지 못하다가 우연히 황 씨가 도립극단 SNS에서 김 배우를 보았다. 그는 "반가운 마음이 컸다"며 "또 요즘 코로나19로 다들 힘들게 연습 중일 텐데 목에 좋은 차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 씨는 무, 비트 등을 직접 말리고 덖은 24종류의 수제덖음차를 도립극단에 택배로 보냈다. 선물을 받은 단원들은 사진을 찍어 고마운 마음을 공개적으로 SNS에 표현했다. 김 배우도 직접 황 씨에게 전화해 "잘 나누어 먹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립극단은 오는 17~19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토지Ⅰ>을 선보이려 했으나 불가피하게 취소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오는 20일까지 연장됐기 때문이다.

극단 큰들은 지난해 산청군 마당극마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고 단원과 가족 50여 명이 공동체 생활을 한다. 공연으로 먹고사는 그들에게 코로나19는 큰 타격이다. 최근 통화한 진은주 기획실장은 공연 취소 전화만 울려대 "전화받는 게 두렵다"는 말까지 했다.

그런 그들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후원회원 박기식(48) 진주 아타토커피 대표가 단원들에게 단기 아르바이트를 제안한 것.

▲ 극단 큰들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커피 포장 소개 영상.  /영상 갈무리
▲ 극단 큰들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커피 포장 소개 영상. /영상 갈무리

박 대표는 "공연 취소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그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추석을 앞두고 집에서도 간편하게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는 드립백 선물 포장 알바를 단원들에게 제안했다. 혹여나 모를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박 대표가 포장상자를 차에 한가득 싣고 산청군 마당극마을에 직접 갔다.

큰들 단원은 닷새 동안 3000상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알바 영상을 찍어 큰들 공식 유튜브 채널 '큰들마을'에 올렸다.

큰들은 "박기식 후원회원이 커피 선물세트 만들기, 배달 일거리를 주셔서 전 단원이 함께 일을 했다"며 "초보들도 손쉽게 하는 단순 일거리가 있으신 분들, 두 팔 벌려 환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여 년 전 큰들 단원으로 3년간 활동하다가 이후 후원회원이 됐다. 그는 "우리는 예술을 통해서 활력을 얻는다"며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겪는 예술가들에게 민관에서 정책적이든 다른 부분이든 도울 수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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