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강연장 등 소통·놀이공간
주민 갈증 채웠지만 수익 한계
"공간 지속하려면 상업성 필요"

창원지역 복합문화공간에 불씨를 지핀 '작당'이 5년 만에 문을 닫았다.

작당은 지역 인디밴드의 무대이자 문화기획자의 놀이터였고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강연 장소였다. 그래서 작당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다들 아쉬움을 표했다.

하강혁(38) 대표는 "복합문화공간 운영자로 지역 문화계 사람들과 많은 소통을 했고 이는 곧 지역에서 활동하는 명분이 됐다"며 "처음 시작했을 때 복합문화공간이 많이 생기길 바랐는데 그게 현실이 돼, 작당의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 대표는 지난 2015년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 누구나 무엇을 만들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의 '작당(作堂)'을 열었다. 대학에서 영상의학과(방사선과)를 전공해 병원·기업 등에서 일했던 그는 문화계와는 동떨어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도 채워지지 않은 공허감 때문에 하 대표는 과감히 하던 일을 접고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건전한 놀이 공간, 복합문화공간을 차린 것이다.

▲ 5년 간의 고분군투 끝에 폐업을 결정한 하강혁 복합문화공간 작당 대표. /김민지 기자
▲ 5년 간의 고분군투 끝에 폐업을 결정한 하강혁 복합문화공간 작당 대표. /김민지 기자

재밌고 의미 있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하 대표는 창원지역 인디 음악 레이블과 공동으로 지역 인디밴드들이 정기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열리는 문화센터를 운영했고 강연, 영화제를 마련했다.

작당은 열린 공간이었다. 그는 일정 금액을 받고 공간을 빌려주었고 청년·인권 단체엔 무료로 제공했다. 사회적 약자 등이 차별받거나 소외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는 창원지역 문화기획자 양성프로그램 창문(昌文) 1기 출신으로 다른 문화기획자들과 함께 작당에서 재미난 일을 기획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간 운영에 어려움도 따랐다.

하 대표는 "당시 복합문화공간, 공간 대여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 수요가 많지 않았다"며 "지금은 어느 정도 수요가 있고 다양한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이 생겼지만, 그간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돈을 많이 벌고자 작당을 차린 건 아니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는 공간 운영을 위해 대리운전직, 영업직을 병행하며 버텼지만 쉽지 않았다. 올해 창원시의 커뮤니티 공유공간 지원사업 선정에 떨어졌고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그는 작당 운영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 5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활용한 복합문화공간 작당.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열린 학교환경 토크콘서트. /경남도민일보 DB
▲ 5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활용한 복합문화공간 작당.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열린 학교환경 토크콘서트. /경남도민일보 DB

하 대표는 "그간 사명감으로 작당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했지만 그걸 접었다"며 "저 나름대로 공간을 꾸미고 만들었지만, 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 공간, 작당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팬덤을 만들지 못하고 고군분투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화기획자를 꿈꾸거나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은 후배들에게 그는 현실적인 조언을 내놓았다.

"공간을 운영하기 전 자기와 함께 하는 또래집단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자연스럽게 살롱, 공간이 형성된다. 또 오랫동안 공간을 만들어 가기 위해선 기본적인 생계 유지가 필수기 때문에 상업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하 대표는 지원금을 받기 위한 사업을 경계했으며 앞으로 전통시장의 청년몰 공유주방을 활성화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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