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해 보이는 우주에도 질서가 있듯
혼란 속에도 나아가는 열쇠는 변화·혁신

여느 때와는 달리 답답하고 지루한 장마가 최장 50여 일 지속되어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고 깊은 상처를 남겼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장마철 전국 강수일수는 28.3일로 1973년 전국 기상을 관측한 이래 가장 많았고 강수량은 역대 2위를 기록했다. 폭우와 폭염을 반복하면서 가뜩이나 코로나로 힘겨운 우리네 삶을 더욱 고단하게 만드는 요즘이다.

미미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세상을 온통 발칵 뒤집어 이렇게나 우리네 삶을 팍팍하고 힘들게 만들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팬데믹은 종식되기는커녕 세계 곳곳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혹자는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파급력이 막강한 제2의 코로나 팬데믹을 우려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나라 안팎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온통 우리를 불안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내용으로 도배한 듯하다. 미국과 중국 간의 끝 모를 패권전쟁, 글로벌 기업과 금융자본이 홍콩에서 이탈하면서 세계 금융시장 생태계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 '헥시트' 등은 가뜩이나 코로나로 얼어붙은 글로벌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 이슈에 이은 홍콩 사태를 계기로 기술패권 경쟁을 넘어 정치·경제적으로 극한의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어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전 세계가 숨죽이며 바라보고 있다. 중국과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리 수출경제 구조를 고려할 때 한국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와해적 혁신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배타적 자국우선주의 팽배, 보호무역 회귀와 같은 새로운 국제정세는 기존 상호 호혜원칙에 입각해 공동 유익을 추구했던 상생시대를 끝내고 승자독식의 배타적 이기적인 시대를 초래했다.

작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모든 것이 혼돈 상태인 '카오스(Chaos)' 시대로 대변할 수 있다. 카오스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우주가 생성되는 원시적인 단계, 천지 구별이 없는 무질서한 상태다. 하지만 좀더 깊숙이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겉으로 보기엔 혼잡하고 무질서한 혼돈상태에도 교향악을 연주하듯 음률의 조화를 이루는 논리법칙이 존재하여 정연한 질서와 특정 패턴이 내재되어 있는 상태로 이해할 수 있다. 약 138억 년 전에 발생한 대폭발의 혼돈 상태를 시작으로 우주가 끊임없이 특정 패턴을 가지고 팽창한다는 빅뱅 이론을 예시하지 않더라도 밤하늘에 걸려있는 수많은 별은 무질서한 상태로 보이지만 실상은 어느 별 하나 '만유인력'이라는 중력의 법칙에 거스르지 않고 정교한 우주질서에 순응하며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작금과 같은 혼돈의 시대가 함유하고 있는 유의미한 질서, 규칙은 무엇일까? 복잡다단하지만 현 상황을 냉철히 통찰하여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개척하는 명견만리의 지혜가 절실하게 요청되는 때다.

분명한 것은 작금의 혼돈시대가 함유하고 있는 트렌드 중 하나는 '변화'라는 명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을 예시하지 않더라도 코로나 팬데믹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IT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삶의 대전환을 강제하고 있다. 변화는 혁신을 전제로 하고 혁신은 고통과 인내를 수반한다. 변화를 간과하거나 거부했을 때의 대가는 혁신이 수반하는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하다는 것은 인류문명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우리의 앞길이 고통스럽고 두렵지만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란 생텍쥐페리의 명언을 곱씹으며 한발씩 앞으로 나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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