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은 '택배 없는 날'

1992년 종합물류기업인 한진이 택배 사업을 시작한 이후 28년 만에 택배노동자들이 '휴가'를 얻는다. 택배업계는 14일 '택배 없는 날'을 시행한다.

택배노동자 쉴 권리는 오랜 시간 화두였다. 2018년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택배서비스 산업 일자리 실태 조사 분석'에 따르면 택배노동자는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고 월평균 25.6일을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전체 작업소요시간은 배송 6.9시간, 분류 3.3시간, 집화 1.2시간이었고 하루 운행거리는 46㎞에 달했다. 하루 평균 취급물동량은 전국 평균 268상자였고, 월평균 순수입은 238만 원이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쇼핑이 늘면서 택배노동자 쉴 권리는 더욱 절실해졌다. 

특수고용직으로 묶이는 택배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해 연차유급휴가도 따로 없다. 휴가를 가려면 웃돈을 주고 대체인력을 직접 구하거나 대리점에 건당 수수료의 2~3배에 달하는 대체 배송비를 내야 해 사실상 쉬지 못했다. 

열악한 노동환경은 결국 죽음으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CJ대한통운 김해터미널 소속 노동자를 비롯해 12명(산업재해 승인 받지 못한 사례 7명 포함)이 과로로 목숨을 잃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택배노동자는 산재·고용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법의 사각지대에 여전히 놓여있다.

이번 택배 없는 날에는 CJ대한통운·한진·롯데·로젠 등 주요 4개 택배사와 우정사업본부(우체국)가 참여한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업계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경남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도내 택배업 종사자는 2900여 명에 달했는데, 단순히 계산해도 2600여 명이 이번 택배 없는 날 혜택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단,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택배 운송사업자가 18곳에 이르는 만큼, 소규모 업체 확대·택배 없는 날 제도화는 과제로 남았다.

황성욱 택배연대노조 경남지부장은 "16일까지 택배 일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휴가를 얻게 됐다"며 "코로나19로 택배 관련 업무가 30~40% 증가했는데 택배 없는 날을 계기로 모든 택배 노동자 건강권이 보장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도훈 택배연대노조 김해택배지회장은 "휴가로 3일치 물량이 쌓이면 이후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적절한 휴가가 재충전 계기·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현장 목소리도 크다"며 "일부 홈쇼핑 업체가 택배 없는 날에 동참했다. 앞으로 이 날이 제도화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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