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국책사업 이후 방치
해양신도시 탈바꿈 기회
"공공성 강화 발판 마련"

국립현대미술관은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문화공간입니다. 1969년 개관 이후 과천(1986), 덕수궁(1998), 서울(2013), 청주(2018)에서 문을 열어 현재 4관 체제입니다. 그런데 3곳이 수도권이고, 1곳은 중부권입니다. 창원시와 지역 예술계가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이하 창원관)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지역민의 문화 향유 권리를 확보하자는 말인데요. 또 창원관 입지로 거론되는 마산해양신도시는 준설토로 만들어진 인공섬으로 국책사업의 결과물입니다. 정부가 책임지고 이곳 해양신도시 공간을 채워야 한다는 주장이 창원관 염원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두 차례에 걸쳐 창원관 유치 구상과 과제를 짚어봅니다.

'창원관 유치'는 단순히 대형 미술관 하나를 지역으로 가져오자는 취지가 아니다. 미술관 입지를 꼽는 일부터 기본 틀을 만들기까지 예술계와 지방자치단체,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아가고 있어 나름대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민관 합심 = '창원관 유치'는 허성무 시장 공약이지만, 예술계도 동력을 만들어왔다. 창원·마산·진해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와 창원·마산·진해미술협회는 지난해 11월 '국립현대미술관 남부관 마산해양신도시 건립'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같은 해 12월부터 '창원시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건립 염원 서명운동'으로 대시민 홍보활동도 했다.

창원시는 올 3월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유치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정혜란 제2부시장을 비롯해 정치·경제·예술·학계 전문가 28명이 위촉됐다. 시의회는 지난 6월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유치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

특히 마산해양신도시(창원시 마산합포구)는 가포신항 항로를 파내는 과정에서 나온 흙으로 메워 만든 축구장 90개 규모 인공섬(64만 2000㎡)이다. 정부가 이 같은 개발 과정을 평가하고서 책임지고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는 지역사회에서 계속돼왔다.

창원시는 이를 창원관 유치의 당위성으로 내세운다. 해양신도시 조성에 따른 '피해 보상'과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의미에서 창원관이 들어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해양신도시를 문화로 채워야 한다는 예술계 바람도 컸다.

현재 광주, 전남 진도, 대전 등이 국립현대미술관 유치를 놓고 창원과 경쟁하는 지자체로 꼽힌다. 창원시는 미리 정해둔 입지의 장점이 뚜렷하다. 바다-미술관-공원으로 연결될 수 있는 해양신도시의 빼어난 풍광은 다른 도시에서 찾기 어렵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3만 3000㎡ 규모로 비어 있는 땅에 곧바로 건축물과 작품 등을 조성할 수 있다.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인공섬, 문화로 채우자" = 시는 해양신도시를 스마트 기술과 문화를 융합한 공간으로 계획 중이어서 국립현대미술관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이 일대에서 문화산업을 육성해 침체한 옛 마산지역 도심까지 활성화할 기회라고 판단한다. 쇠퇴해가던 스페인 공업도시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해 문화도시로 성장한 사례는 이미 유명하다. '우리 지역이라고 안 될 게 있겠나?'라는 심리 또한 이번 창원관 유치 노력에 반영돼 있다.

황무현 창원시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공동 유치추진위원장(마산대 아동놀이방송심리과 교수)은 "바다를 메워 만든 해양신도시는 시민들이 요구한 것도 아니었지만, 아파트만 잔뜩 들어서는 개발 방식이 아니라 문화산업 플랫폼이 들어와야 도시의 미래 가치가 될 수 있다. 그 중 국립현대미술관은 정부 승인만 있으면 쉽게 올 수 있다"면서 "나아가 창원시가 공공개발을 지향하고 이 일대를 문화지구로 선언하면, 그동안 빌바오 등을 보며 우리가 꿈꿔왔던 모습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허 시장은 해양신도시 조성과 관련해 공공 부문을 최대한 공원으로 남겨두고, 민간 부문을 50% 이하로 낮춰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시와 창원·마산·진해예총은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창원관 유치를 공약화해달라고 했고, 최형두(미래통합당·창원 마산합포) 의원은 선거 때 이를 약속했다. 최형두·이달곤(통합당·창원 진해) 의원과 창원 출신 전용기(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다. 이 의원은 통합당 간사를 맡고 있다. 문체위는 창원관 유치에 열쇠를 쥔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상임위다.

창원관 유치 시도에는 "사실상 어려운 과제"라는 비관 섞인 시선도 있다. 무엇보다 정부를 설득해야 하는 창원시와 지역 국회의원의 정치력은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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