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부산·경남 세력다툼
관련자 62명이 고려인 2·3세

김해시 부원동에서 벌어진 외국인 패싸움은 경남에 진출하려는 수도권 집단과 경남·부산지역 집단 간 세력 다툼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20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시 부원동 한 주차장에서 쇠파이프와 야구방망이·골프채 등을 든 외국인 60여 명이 패싸움을 벌였다. 사건 시작은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도권에 본거지를 둔 ㄱ 집단은 국내에 취업한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임금의 일부 또는 자국민이 운영하는 업소 수익금 일부를 상납받아 왔다. 전국적으로 세력을 넓힌 이들은 경남·부산지역까지 장악할 생각으로 ㄴ 집단이 운영하는 김해지역 사설도박장에 보호비 명목으로 수익금의 20%를 상납하라고 요구했다.

ㄴ 집단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주로 경남·부산지역에 본거지를 둔 이들은 김해 당구장과 카페 한편에서 사설도박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ㄴ 집단은 ㄱ 집단의 상납 요구를 단번에 거절했고, 자존심이 상한 ㄱ 집단은 위세를 과시하고자 일주일 뒤인 20일 김해에서 집결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보를 입수한 ㄴ 집단 역시 경남과 부산 등에 흩어져 있는 구성원을 소집해 당일 인근 주차장에 모여 범행을 모의했다. ㄱ 집단이 한 주차장에 모인 것을 확인한 ㄴ 집단은 차량 7대를 타고 현장에 진입해 선제공격을 벌였다. 하지만 싸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37 대 26명으로 두 집단이 충돌한 지 약 2분 만에 순찰하던 김해중부경찰서 중앙지구대 소속 경위가 현장을 발견해 이들을 막아섰고, 비슷한 시기 주민 신고가 이뤄지면서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경찰이 확인한 부상자는 2명이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이번 외국인 집단 폭력사건과 관련해 현장에 있던 피의자 63명을 검거했고, 달아난 1명을 쫓고 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은 검거된 이들 중 범죄 가담 정도에 따라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ㄱ 집단 11명, ㄴ 집단 12명 등 23명을 구속했다. 관련자 64명은 주로 20~30대로 이들 가운데 2명(러시아인)을 제외한 62명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국적을 가진 고려인 2~3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비교적 체류기간이 길고 취업이 쉬운 재외동포(F4) 비자 또는 방문취업(H2) 비자로 입국했으며, 두 집단이 상시적인 조직 형태로 운영된 게 아니라 평소에는 농장이나 공장 등 각자 직장에서 일을 하다 상부 지시가 있을 때 모여 활동해왔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이들 조직의 역할·임무와 행동강령이 파악되지 않아 조직폭력배 형태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피의자들은 검거 초기 우발적 싸움이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현장에 있던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이 같은 사실 관계를 파악했다. 경찰은 일부 혐의가 드러난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고, 불구속 피의자를 조사해 추가 송치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이들은 재판 결과에 따라 법무부 심사를 통해 강제 추방되거나 국내 체류하게 된다. 경찰은 "체류 외국인이 증가함에 따라 범죄 형태도 점차 조직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외국인 집단폭력 사건에 대한 첩보 수집과 단속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이고 엄중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