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정보 검색하는 세상
동생의 질문을 대화 물꼬 삼아

며칠 전 새 샴푸를 샀다. 어떤 샴푸를 살지 고민하다가 예전에 친구가 추천했던 제품을 사기로 했다. 친구에게 전화해 어디에서 샀는지 물어보려다 마음을 바꿔 인터넷 창을 열었다. 포털사이트에서 샴푸 이름을 검색했더니 쇼핑몰부터 블로그 후기, 카페 후기, 제품과 관련된 질문 글 등이 줄줄이 나왔다.

수십 개 쇼핑몰 가운데 최저가로 판매한다는 곳에서 주문하고 나니 뿌듯했다. '핑프'처럼 굴지 않고, 친구를 귀찮게 하지 않고도 원하는 제품을 현명하게 구매한 내가 능동적인 디지털 세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핑프(핑거 프린스/프린세스)'는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려 하지 않고 남에게 질문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인터넷 용어다. 손가락을 움직여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답을 알 수 있는 질문을 하면서 손쉽게 정보를 얻으려 하는 행동을 꼬집을 때 쓴다. 인도의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묻는 동생에게 "검색을 해 봐. 너 핑프니?"라고 핀잔을 주었던 일을 예시로 들 수 있겠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란 디지털 세대에게 정보 검색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인도를 검색하면 사람수는 물론이고 국가별 인구 순위가 2위라는 사실까지도 알아낼 수 있다. 방대한 정보에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한 정보는 사람을 통하지 않고 휴대폰으로 알아보는 것에 익숙해졌다. 살림 노하우나 요리법도 주변 어른들에게 묻는 것보다 인터넷에서 찾는 편이 더 유익하고 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실제로 부모님의 레시피보다 백종원 씨의 요리 영상이 훨씬 따라 하기 쉽고,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포털사이트에 인공지능이 도입되어 요즘에는 한층 더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정보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검색어와 관련된 삶의 지혜나 상대방 생각, 경험담은 깊이 있게 나눌 수 없다. 그저께 샴푸를 추천했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내가 샴푸를 샀던 가격은 최저가가 아니었다. 친구가 애용하는 쇼핑몰은 포털사이트에 노출되지 않는 곳이었지만 가격이 더 저렴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전 것보다 더 좋은 샴푸를 찾았다며 새로운 제품을 추천해주었다. 샴푸를 살 때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대신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라면 조금 더 만족스러운 쇼핑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몰려왔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과 연결되는 것보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이 더 편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정보화 시대를 통과하며 우리는 인터넷 속 정보와 긴밀한 관계가 되었지만 반대로 현실의 사람들과는 단절되고 있다. 전염병 때문에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어든 올해에는 타인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일이 더 적어졌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소소하게 오가던 대화들이 인터넷 검색창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지금까지 나에게로 날아왔던 동생의 실없는 질문도 어느새 휴대폰으로 옮겨갔다. 핑프라고 질타를 받던 시간이 쌓여 동생도 이젠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생각하게 된 듯하다. 동생의 질문을 모두 휴대폰에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드는 요즘이다. 앞으로는 동생이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올 법한 것을 묻더라도 '핑프'라 비난하지 않고 정보를 주고받으며 대화의 물꼬를 터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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