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문예회관서 세미나 열려
참석자들 계승·발전 방안 논의
변변한 축제 없는 현실 지적
민관 합의한 정책 연구 강조

경남에는 탈춤 중 오광대가 밀집돼 있다. 국가무형문화재와 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곳만 총 5개다. 통영오광대(제6호)와 고성오광대(제7호), 가산오광대(제73호)가 국가무형문화재며 진주오광대(제27호)와 김해오광대(제37호)가 경상남도무형문화재다. 이 밖에 합천 밤마리오광대, 거제 영등오광대, 마산오광대 등 비지정문화재도 있다.

이렇게 우리 지역에는 오광대라는 소중한 문화자산이 있지만 어떻게 키우고 브랜드화할 것이냐에 대한 노력이 없다. 일례로 오광대들이 한데 모여 즐기는 변변한 축제 하나 없다는 게 현실이다. 지난 27일 오광대를 경남 문화콘텐츠로 개발하기 위한 '첫 단추'가 끼워졌다. 이번 세미나는 경남문화예술회관이 주최하고 ㈔진주문화연구소가 주관했다.

◇"오광대는 곧 경남인의 삶" = 오광대는 지역사회 공동체가 '잘' 살자고 한 놀이다. 즉 목적이 풍요와 태평이다. 현대에 와서 제의적인 기능이 약해졌으나 오광대에는 양반에 대한 저항과 풍자, 민중의 깨어있는 삶이 담겼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상박 동아대 명예교수는 민속학자 입장에서 오광대를 연구해왔다. 그는 "오광대는 경남 사람의 삶과 의식이 집약화한 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악을 제거하고자 하는 현실성, 현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며 실천을 요구하는 남명사상, 억센 사투리에서 느껴지는 역동성, 웃음으로 현실을 극복하는 통쾌성, 수려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한 풍류성이 오광대에 녹아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경남 사람이 오광대를 하는 기본 심리기제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좋으면 신명내고 나쁘면 박살낸다'라고 할 수 있다"며 "좋은 일이 있으면 더불어 즐기고 나쁜 것이 억압하면 저항하며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정병훈 경상대 철학과 교수는 "누군가 '경남의 전통문화는 뭐요'라고 물었을 때 '오광대'라고 답해도 틀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오광대가 밀집돼 있는 지역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며 "경남은 지리산, 낙동강을 중심으로 문류(文流), 물류(物流)지역으로 오광대는 초계 밤마리(현재 합천군)에서 시작돼 경남 각지로 퍼졌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초계 밤마리를 발원으로 통영·고성·김해·마산·신반·진주·가산 등 '오광대 루트'를 만들어 관광자원화할 것을 제안했다.

▲ 지난 27일 경남문화예술회관 세미나실에서 '경남의 정체성과 오광대의 지속'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은 허모영 김해오광대 이수자가 오광대 국제교류의 메신저로서 문화사절단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 지난 27일 경남문화예술회관 세미나실에서 '경남의 정체성과 오광대의 지속'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은 허모영 김해오광대 이수자가 오광대 국제교류의 메신저로서 문화사절단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생태계 구축·지자체 관심 필요 = 참석자들은 국가무형문화재 제69호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모티브로 지난 1997년부터 열린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칭찬하며 "왜 경남에는 무형문화재가 5개나 있지만 도 단위에서 그런 축제를 만들 수 없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지자체의 관심과 의지, 민관의 협력이 부족하지 않았느냐 하는 참석자들의 지적과 반성이 나왔다.

황종욱 고성오광대 전수조교는 "오광대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환경개선이 먼저다"며 경남의 전통문화예술진흥정책 부재를 꼬집었다.

그는 △전승자 확보 어려움 △현장 종사자들 고령화 등 전통문화예술단체가 놓인 현실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그는 정산 위주의 정책, 인건비 지원이 불가한 시스템 등을 지적하며 "인재 없는 예술단체가 어디 있겠느냐. 사람에 대한 투자가 없으면 성장이 없다"며 경남도의 현장 중심 예술정책과 관심을 요구했다.

강동옥 진주오광대 예능보유자이자 경남문화예술회관 관장은 '민관 협업'을 강조했다. 그는 "민간단체에서 춤을 대중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일례로 진주시가 창의도시 추진사업의 하나로 덧뵈기춤 보급 사업을 했는데 2017년 182명, 2018년 198명, 2019년 424명 등 민관이 협력하니 대규모 풍물패가 만들어지고 저변이 확대되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광대를 경남의 문화콘텐츠로 키우고 브랜드화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사실, 이날 가산오광대 오방신장 부적 캐릭터 개발, 오광대 배역별 캐릭터 춤 개발, 인성교육 콘텐츠 개발 등의 이야기가 나왔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광대를 문화콘텐츠로 만들고 현대화하자는 민관의 합의와 지속성을 위한 정책 연구가 먼저다.

이혜원 콘텐츠 프로듀서는 "연희 주체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고 막연히 좋은 거 하자는 게 아니라 목적, 방향 등이 분명해야 한다"며 "오광대 콘텐츠를 브랜드화하는 데 첫 번째 핵심 요소는 지속성이다"고 말했다.

남기성 마당극 연출가는 "오광대 문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보존회 내부의 전승교육, 정책적 지원 등 건강한 생태계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며 "경남오광대문화재단이나 경상남도오광대놀이협의회 등을 만들어 민관이 정책적 파트너로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제안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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