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맥주 수출 역전 기현상
닛산차는 올해 말 한국 철수
"자발적 참여로 일군 결과"

지난해 7월 4일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조치를 내놓으면서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이 1년을 맞았다. 소비자들의 'NO 재팬'은 현재진행형이다. 의류·주류·자동차·여행 등 전방위적으로 전개된 일본 불매운동으로 경남지역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봤다.

◇유니클로 매장 영업 종료 = 신세계백화점 마산점에 입점해 있던 유니클로가 지난 4월 26일부로 영업을 종료했다. "(한국의 불매운동이)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던 최고재무책임자 발언과 달리 판매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유니클로 매장이 있던 곳에는 현재 국내 SPA 브랜드 탑텐이 자리해 있다.

롯데백화점 창원점 영플라자 매장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10월 25일 3층 전체를 사용하며 리뉴얼 오픈했지만 소비자 발길을 되돌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월별 매출 신장률은 모두 마이너스. 롯데백화점 창원점 관계자는 "격차는 줄어들었지만 아직까지 불매운동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일본산 맥주 역시 불매운동을 피할 수 없었다. 소비자는 물론이고 동네 슈퍼, 남창원농협·내서농협 등 일부 대형마트가 앞장섰다. 남창원농협·내서농협의 경우 7월 현재에도 일본 맥주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맥주는 일본 수출보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양이 많아 매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품목이다. 하지만 지난해 9·10·11월에는 맥주 수출중량이 수입중량을 앞질러 9월 22만 8000달러, 11월 12만 2000달러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5월 수출중량 52t, 수입중량 900t으로 73만 6000달러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5월(수출중량 422t, 수입중량 7248t, 560만 2000달러 무역수지 적자)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 닛산이 16년 만에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닛산서비스센터 건물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 닛산이 16년 만에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닛산서비스센터 건물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닛산 올해 말 한국 시장서 철수 = 자동차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닛산은 올해 말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5월 28일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0년 5월 자동차산업 월간 동향'에 따르면 일본계 브랜드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62.1%, 이 중 닛산은 -23.7%를 기록했다. 올해 1~5월 닛산 판매량은 1041대로 전년 동기 대비 -38.1%를 보이고 있다.

경남지역 공식 닛산 딜러인 범한모터스도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 범한모터스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달(8월)에는 1대도 팔지 못했으며, 이번 달에는 회사 관계자가 지인에게 2대 판매한 게 전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불매운동이 발생하기 전 월 15대 정도 판 것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범한모터스는 계약기간이 끝나 올해 3월 영업을 종료했다. 현재 창원서비스센터만 문을 연 가운데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정확하게 정해진 건 없어서 (언제까지 서비스센터를 운영할지)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김해국제공항발 일본 운항 편수와 여객은 지난해 5월(1074편, 15만 1149명), 6월(1041편, 14만 7670편)에서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1054편, 13만 8637명)을 지나며 줄어 그해 12월에는 589편, 7만 3903명에 그쳤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4월 6일부터 국제선이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된 가운데 3월(89편, 4219명), 4월(2편, 61명)을 지나 5·6월에는 운항 편수와 여객이 '0'을 기록했다.

◇"한일관계 경색 지속…일본 불매운동도 계속될 것" =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1년을 나름대로 분석해 본다면, 크게 3가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최근 G7 체제 확대 구상에 일본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한국이 WTO 사무총장에 입후보한 데 대해서도 딴죽를 걸고 있다며 국제무대에서 더 커져가는 '한국의 영향력'을 두려워하는 일본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 더 심해져 간다는 점, 국제사회 문제에서 민간(네티즌) 역할이 커졌다는 점도 있다. 서 교수는 민간 역할과 관련해 "감정적이지 않고 이성적인 네티즌의 집결된 힘이 (유니클로 등) 우익 기업을 혼내줄 수 있었다"며 "이러한 변화 속에 우리가 무엇을 더 잘해야 할지를, 각자의 위치에서 한 번 더 고민해보는 그런 날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일본 내에서도 불매운동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30일 "한국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탈일본의존도'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면서 피해를 보는 건 일본의 관련 기업만이 아니다"며 "자동차·맥주 등 일본 소비재에 대한 불매운동이 착실히 정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윤기 마산YMCA 사무총장은 "과거처럼 단체가 앞장서 주도하지 않았다. 경제전쟁을 선포한 일본을 상대로 전 국민이 잘 대응했다"며 "한일관계가 경색되는 일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 불매운동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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