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노동자 파업 한달째
경남도 대정부 건의 초안 마련
민관협 실효성 부족하다 판단
국무조정실 방문도 함께 논의

지난달 1일 사측의 무급휴직 연장 통보에 반발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STX조선해양 생산직 노동자들이 파업 한 달을 맞았다.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던 그들 바람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길에서 절을 하고 잠을 자고 관련 기관·단체장들이 모여 논의를 했지만, 여건이 크게 바뀌지도 않았다. STX조선해양 정상화를 둘러싼 논의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한 달 투쟁 = 지난 6월 1일은 노사 합의에 따라 2018년 6월부터 절반가량으로 나눠 6개월씩 순환 무급휴직에 들어갔던 정규직 생산직 노동자 515명이 모두 출근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사측은 그달 18일 수주잔량이 7척이고 내년 1분기 이후로는 수주 물량이 없는 등 비상경영 체제가 불가피하다며 무급휴직 연장을 통보했다.

무급휴직 기간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등 어렵사리 생계를 유지해 오면서도 회사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버틴 노동자들은 반발했다. 파업 기간 노동자들은 갖가지 투쟁을 했다. STX조선해양 대주주 산업은행을 규탄하고자 산업은행 창원지점 앞에서 회견·집회도 열었고, 창원시청에서 경남도청까지 삼보일배 투쟁을 하기도 했다. 경남도청 앞에선 결의대회·노숙농성을 하고 산업은행 본점으로 가 정상화도 촉구했다. 영남권 금속·조선 노동자들과 힘을 합쳐 생존권 사수 목소리를 높인 일도 있다.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 기준 완화 △선박 수주 가이드라인 확대 △STX조선 정상화와 관련한 산업은행의 행동(고정비 추가 절감·구조조정, 자금 고갈) 방지 △중형조선소 정부 정책 마련 등 노동자가 줄곧 외친 요구 중 핵심은 '고용 유지'였다. 고용이 안정화되면, 회사 정상화를 위해 사측과 협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부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한 '순환 유급휴직' 제안도 했다. 순환 유급휴직을 시행하면 경남도가 사측 부담금 5%를 부담하고 창원시도 매칭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지난 29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는 사측 문자였다.

노동자들은 희망퇴직 접수는 곧 구조조정 시작이라 보고 있다. 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 비정규직화를 가속화하고 더 손쉽게 매각하려는 절차에 돌입한 것이라 주장하는 것이다.

일단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에 대비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금껏 500여 명의 전 조합원(STX조선지회)이 매번 투쟁에 참가했다면 이제는 확대 간부 30여 명을 중심으로 투쟁을 지속하는 셈이다. 단, 노동자들은 "파업은 계속 이어진다"며 "사측이 희망퇴직을 넘어 다른 방식의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면 가열한 투쟁으로 현장 생존권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 지난달 12일 금속노조 STX조선지회 노동자들이 고용유지, 정부와 경남도의 현장 정상화 방안을 촉구하며 창원시청 광장에서 경남도청까지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 지난달 12일 금속노조 STX조선지회 노동자들이 고용유지, 정부와 경남도의 현장 정상화 방안을 촉구하며 창원시청 광장에서 경남도청까지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앞으로 방향은 = 경남도는 노동자 요구를 바탕으로 순환 유급휴직 시행에 부정적인 산업은행 태도를 바꾸는 데 계속 주력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방향은 경남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민관협의회(이하 민관협의회) 이름으로 '대정부 건의안'을 내는 것이다. 지난달 5일 한 차례 언급됐던 민관협의회 명의 건의문은 STX조선해양 정상화 촉구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한 순환 유급휴직 시행과 코로나19 국면 당면 과제인 '해고 금지'를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다. 건의문 초안은 경남도가 마련했다. 초안을 노동자 생존권보장 조선소살리기 경남대책위(이하 대책위)에 전달한 경남도는, 대책위가 수정·검토를 마치면 건의문 채택 여부를 민관협의회 안건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책위는 건의문만으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조선업 위기극복을 위한 대정부 건의문'을 마련해 관련 중앙부처에 제출하는 등 여러 차례 건의안을 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이에 대책위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혹은 민관협의회가 국무조정실을 직접 방문해 STX조선해양 상황을 설명하고 고용유지를 기본으로 한 중장기 정상화 방안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국무조정실로 전달된 대책위 요구안이 이후 경제장관회의 등에서 다뤄지면 STX조선해양 정상화의 새 길이 열리리라 보고 있다.

대책위는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정당과 간담회도 열 것"이라며 "STX조선해양 문제는 결국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가올 민관협의회에서는 건의문 채택 혹은 도지사 직접 방문 등을 놓고 여러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 논의 결과에 따라 노동자 투쟁 방향 등도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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