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느리지만
믿음·인내심 갖고 과학기술에 투자해야

최근 100년의 과학기술이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이룩한 것보다 더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나타나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에 사용자들이 제대로 적응을 못 할 정도로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 컴맹·폰맹·넷맹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이니,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대부분의 사람이 보건의료 분야 과학기술의 대응 속도에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세계 900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47만여 명이 죽어가는 광경에 과학기술이 무기력하게까지 느껴진다. 인류의 엄청난 위기 앞에 효과 있는 치료제는 찾아볼 수 없고, 백신은 개발 기간이 1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코로나19의 공격과 비교해 과학기술의 방어속도가 느려도 너무 느리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쏟아붓는 세계 각국의 연구비와 인력을 합치면 연간 수천억 원은 될 텐데, 과학기술계가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에서는 과학기술의 속도감을 느낄 수 없다. 과학기술계에 종사하는 필자도 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과학기술을 내칠 수는 없다. 실망스럽긴 해도 코로나19를 이기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뒷받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한편으로, 과학기술은 우리에게 코로나19를 이기는 방법을 이미 알려주고 있다. 식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이다. 많은 연구를 통해 과학기술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방법, 진단하는 방법, 전염을 방지하는 방법을 꿰뚫고 있다. 거창한 치료제와 백신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연구 데이터를 토대로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그 무엇보다도 효과가 입증된 보건의료 연구의 결과이다.

또 요즘은 과학기술 덕분에 막연한 공포감도 두지 않는다. 과거 중세 암흑시대처럼 코로나19를 마귀와 마녀가 가져다준 저주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과학기술로 분석된 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백신 등을 개발하는 데 쓰일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심적인 불안감을 덜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무당을 불러 신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희생양을 바쳐 마귀와 마녀를 달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심지어 코로나19를 씻은 듯이 사라지게 하는 극단적인 방법도 과학기술은 알려주고 있다. 전 인류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한날한시에 시작하여 2주 동안 사회적 이동을 멈추고 자가 격리를 하는 것이다. 인류의 사회적 활동과 이동을 완전히 금지하고, 전 세계를 지리적으로 완벽히 봉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전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은 인류의 정상적 활동을 보장하면서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는 치료제와 백신을 찾기 위해 조금은 느리고 돌아가는 길을 가고 있다.

과거 인류가 천연두의 발병에서 그 치료까지 2300년 이상 걸린 역사를 보면, 오늘날 코로나19의 원인과 치유 해결책에 대한 접근 속도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빠르다. 인류의 조급함보다 반응 속도가 늦을 뿐, 보건의료 분야의 발전 속도는 과거보다 절대 뒤지지 않는다.

과학기술자의 치료제와 백신에 대한 개발 의지는 인류의 조급함보다 더 간절할는지 모른다. 지금의 개발 속도가 아쉽겠지만, 우리는 과학기술에 대해 믿음과 신뢰를 두고 기다려줘야 한다. 인내심이 코로나19를 이기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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