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대표 사례 '삼광청주'
소유권 문제에 보존 실패
시민운동으로 지킨 '흑백'
"인식 바뀌어 보존되기를"

근대건축물 철거를 막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마산YMCA는 23일 오후 3시 창원시의회에서 마산합포구 산호동 용마산 기슭에 있는 지하련 주택 현지보존 방안 마련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근대건축물 보존을 위한 '해법 찾기'에 나서는 것이다.

근대건축물 보존 운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런 노력에도 근대건축물 대다수는 허물어졌고, 일부는 지켜졌다. 허물어진 사례에서 보존운동의 허점을 찾고, 지켜진 사례에서 성공요인을 찾고자 한다.

▲ 2011년 11월 7일 철거가 한창인 '삼광청주'. 1909년 일본인 사업가가 현 마산 합포구 장군동 일대에 세운 공장이다. 삼광청주는 2011년 11월 16일 완전 철거됐다.  /경남도민일보 DB
▲ 2011년 11월 7일 철거가 한창인 '삼광청주'. 1909년 일본인 사업가가 현 마산 합포구 장군동 일대에 세운 공장이다. 삼광청주는 2011년 11월 16일 완전 철거됐다. /경남도민일보 DB

◇삼광청주 보존 실패 = 철거된 건물로는 삼광청주가 대표적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장군동에 있던 삼광청주는 1909년 일본인 사업가 엔도(遠藤豊吉)가 세운 청주(사케) 공장이다. 이 공장은 지시마엔 주조장(千島園)으로 불렸는데, 한 해에만 청주 500석(약 9만 리터)을 생산했었다.

이곳은 1945년 광복 이후 술 도매상을 하던 손삼권 씨에게 팔린 뒤 삼광청주 주조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다 다른 이에게 건물 소유가 넘어갔고, 지난 2011년 결국 철거됐다.

당시 해당 건축물을 보존하자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현재 삼광청주가 있던 자리에는 다가구 주택이 들어섰다. '철거와 개발'이라는 소유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 1977년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항에 세워진 쌍용시멘트 사일로(silo·시멘트 저장고)는 경남 곳곳에 있는 건설현장 등에 시멘트를 보내는 역할을 담당했던 곳이다.

이곳은 과거 인근 주민들이 분진과 소음, 조망권 등의 이유로 민원이 제기되던 곳이기도 했다. 사일로를 근대산업 유산으로 보존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지난 2013년 끝내 철거됐다.

결핵 환자들이 직접 지은 교회로 유명한 벧엘교회는 지난 1964년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에 세워졌다. 국립마산병원 안에 건립됐던 벧엘교회는 추후 병원에서 분리됐다. 이곳은 병을 낫게 해달라는 염원이 서려 있는 교회였다. 이곳 역시 보존 요구가 많았으나 건물 노후화로 인한 붕괴 위험 탓에 지난 2015년 철거됐다. 현재는 종탑만 남아있다.

▲ 1955년 유택렬 화백이 인수해 운영하며 진해 문화예술의 주무대로 활약했던 '흑백'. 2층은 유택렬 화백의 작품 세계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장으로 꾸몄다. 흑백은 1912년 지어진 건물로 창원시 근대건조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경남도민일보 DB
▲ 1955년 유택렬 화백이 인수해 운영하며 진해 문화예술의 주무대로 활약했던 '흑백'. 2층은 유택렬 화백의 작품 세계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장으로 꾸몄다. 흑백은 1912년 지어진 건물로 창원시 근대건조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경남도민일보 DB

◇보존된 흑백다방 = 진해 흑백다방은 시민운동으로 지켜진 건축물이다.

이 건물은 창원시 진해구 대천동에 지난 1912년 건축됐다. 이곳은 처음엔 '칼멘다방'이란 이름의 고전음악 다방으로 시작했다. 서양화가 유택렬(1924∼1999)이 1955년 칼멘다방을 인수, 이때부터 흑백다방으로 간판이 바뀌었다. 흑백다방은 진해 지역 예술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시민 문화공간 흑백'이란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산헌병분견대와 진해역도 철거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산헌병분견대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남동에 세워진 건물로 2005년 9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현재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1926년 건립된 진해역은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에 있는 철도역이다. 지난 2005년 등록문화재 제192호로 지정된 진해역은 5년 전인 2015년부터 정기 여객 취급이 중단됐다. 현재 이곳은 창원시 도시재생지원센터로 쓰이고 있다.

지하련 주택 보존운동의 중심에 있는 허정도 건축사는 "시민운동을 통해 근대건축물이 지켜진 사례는 거의 없다. 시민운동을 통한 뚜렷한 성과도 없었다. 대신 시민운동이 진행되면서 시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삼광청주가 철거되고 시간이 지나 근대건조물 보존을 위한 조례가 제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민운동의 한계라고 한다면 운동을 하더라도 건축물 자체가 개인 사유물이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나서더라도 건축물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성동 원동무역, 일한와사 사택, 지하련 주택 등은 반드시 지켜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근대건축물 '일한와사' 주변에 벌목 작업이 진행돼 있다. 일한와사는 일제강점기 마산지역에 최초로 가로등을 밝힌 일본 전기회사 이름이다.  /경남도민일보 DB
▲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근대건축물 '일한와사' 주변에 벌목 작업이 진행돼 있다. 일한와사는 일제강점기 마산지역에 최초로 가로등을 밝힌 일본 전기회사 이름이다. /경남도민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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