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발전사업 전환 기조 세웠지만 수주액 저조
노사 '점진적 추진'한목소리…정책적 지원 요구도

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지원으로 발등의 불을 끈 두산중공업이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

두산중이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 전환, 주요 계열사 매각 등을 이뤄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산중 경영 정상화 어떻게 = 지난 1일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두산 측이 내놓은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과 채권단 실사 등을 토대로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 방안을 확정하고 1조 2000억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두산중은 3월 1조 원을 긴급 지원받은 것을 시작으로 4월 6000억 원 규모 외화채권 대출 전환, 운영자금 등 용도 8000억 원에 이어 이날 1조 2000억 원까지 3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지원을 받게 됐다.

자구안의 구체적인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두산중은 부채 상환 등 문제를 해결하며 한시름 놓았지만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 전환, 주요 계열사 매각 등을 이뤄내야 한다.

사업구조 개편의 키워드는 '가스터빈', '풍력발전' 등이다. 주력으로 삼았던 원자력·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줄여나가야 한다.

하지만 노사 모두 두산중 정상화 과정이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두산중 관계자는 "기존에 할 수 있는 석탄화력이든 원자력이든 그 부분은 유지하면서 서서히 가스터빈과 풍력발전으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시점을 딱 정해 이거를 그만두고 저거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스터빈의 경우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지멘스,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 등 3대 기업에 3년 정도 기술격차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나 발전 자회사가 발주하는 가스터빈을 22기 정도 우리한테 주면 3년 격차를 극복하는 게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6개 정도를 테스트로 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영업해라', '경쟁해서 따라가라' 이러면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며 "GE나 미쓰비시도 처음 개발하고 수십 기의 물량 공세를 통해 안정화되는 과정이 있었는데 우리도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두산중지회 관계자는 "현재 900명 정도가 명예퇴직을 하고 330명 정도가 휴업하고 있는데 가스터빈이나 풍력사업, 에너지저장사업들로는 우리가 지금 겪는 인적 구조조정 문제가 해결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탈원전 정책을 공론화해서 국민들이나 전문가한테 알아보거나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를 제작해 2~3년 정도 시간을 벌어놓은 상태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드는 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 두산중공업이 제주시 한경면 해상에 설치한 30㎿급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두산중공업
▲ 두산중공업이 제주시 한경면 해상에 설치한 30㎿급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두산중공업

◇위기 이유는 = 한편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탈원전'을 두산중 위기로 지목했다.

하지만 연간 감사보고서를 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매출액은 약 13조 8000억 원, 영업이익은 약 9130억 원으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매출액 약 13조 9000억 원, 영업익 약 7980억 원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이하 연결재무제표 기준)

2018년에도 매출액 약 14조 7600억 원, 영업익 약 1조 20억 원, 2019년에도 매출액 약 15조 6600억 원, 영업익 약 1조 770억 원을 보였다

자회사인 두산건설을 주목해야 한다.

두산중은 부동산 경기침체로 위기에 놓인 두산건설을 돕고자 유상증자 참여, 현금·현물 출자 등 지원을 해왔다.

두산건설 주식을 취득하는 형태로 자금을 부었는데 2011년부터 지금까지 1조 8000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두산건설 주식 가치가 하락했다는 점이다. 이를 회계장부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두산중의 '영업외손실'이 급증했다.

투자 주식의 가치 하락을 영업외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회계에서는 '자산 손상차손'이라고 하는데,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간 반영된 두산건설 주식의 누적 손상차손 액수는 1조 5300억 원에 달한다.

두산중이 번 돈을 두산건설이 까먹었다는 말이다.

두산중 수주 잔고는 2011년 약 23조 원에서 2018년 약 16조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 중 발전 부문은 2011년 약 17조 원에서 2018년 13조 원으로 감소했다.

2019년 3분기 기준으로 전체 수주 잔고는 14조 6000억 원, 이 중 발전 부문은 11조 8000억 원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세계 발전 시장은 '신재생'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이후 화석연료 발전 수요가 크게 줄었다.

IHS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에 따르면 발전기 시장은 설치 용량 기준으로 2018년 7164GW에서 2023년에는 8361GW, 2028년에는 9526GW로 성장한다.

이 중 신재생 발전 시장은 2018년 1204GW에서 2023년 1991GW, 2028년 2800GW까지 커진다.

◇수주·속도 숙제 풀어야 = 두산중도 신재생 발전에서 미래 먹거리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을 목표로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다. 크게 '가스터빈'과 '풍력사업'이다.

가스터빈의 경우 지난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국산화해 세계 5번째로 독자 모델을 보유했다.

가스발전(LNG)의 초미세먼지(PM 2.5) 배출은 석탄발전의 8분의 1, 직접 배출되는 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은 석탄발전의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친환경 운전이 가능하다.

5.56MW 해상풍력발전시스템의 경우 지난해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풍력발전 국제 인증기관인 'UL DEWI-OCC'로부터 형식인증(Type Certificate)을 받았다. 5.5MW급 시스템은 국내 풍력발전 시장에서 용량이 가장 크다.

두산중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 비중을 20%로 확대하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실현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수주'와 '속도'다. 두산중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9년 3분기 실적 Review'에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근거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와 수주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풍력사업 등 계획 대비 저조한 실행률 등으로 계획을 달성하는 데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신재생 발전의 경우 2018년 4343억 원을 계획했지만 1633억 원, 이 중 풍력사업은 3965억 원을 그렸지만 1573억 원 수주에 그쳤다.

속도도 빼놓을 수 없다. 금속노조 두산중지회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급진적으로 진행한 것도 두산중공업 매출 하락과 구조조정 바람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한편, 산은·수은 등 채권단이 두산중에 계열사 매각작업과 관련해 매각 시한을 담은 '시간표'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두산솔루스를 시작으로 자산 매각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현재 시장에서 매각 절차에 돌입한 매물은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두산 소유 골프장 등이다.

두산솔루스의 경우 이달 중 경쟁입찰 방식으로 새 주인 찾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매각 가치는 약 1조 원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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