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내부 공기 성분 감지식
1인당 5배 더 오래 걸려
꼼수엔 "기존 감지기로"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 불지는 마세요."

지난 25일 오후 11시 2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해안도로 음주단속 현장. 마산동부경찰서 소속 경찰 3명이 삼각지공원 방면으로 가는 4차로 도로 위에 라바콘(안전 표시 삼각콘)을 세우고 차량 이동을 막아섰다. ㄱ 씨는 왼손에 들고 있던 안전봉을 휘저으며 멈춰 세운 차량 앞에 다가섰다. 그의 왼손에는 안전봉이, 오른손에는 비접촉식 감지기가 들려있었다.

ㄱ 씨는 운전석 창문이 내려가자 성인 남성 팔 길이만큼 늘어나는 감지기를 운전대와 운전자 상반신 중간 지점까지 밀어 넣었다. 운전자와 대화를 시도했다. "입으로 불지 마시고요." "어디 가는 길입니까?" "술 안 드셨죠?" "댁에 가는 길입니까?" 비접촉식 감지기가 차량 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알코올 성분을 감지해 음주 여부를 측정하는 원리여서 일부러 말을 건 것이다.

ㄱ 씨는 뒤따르는 차량 운전자들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단속을 진행했다. 이 방식으로 음주단속에 나선 결과 1인당 단속에 걸린 시간은 10여 초. 입바람을 기기에 부는 음주측정기가 1명당 1~2초의 시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약 5배 넘는 시간이 더 소모된 셈이다. ㄱ 씨 바로 옆 라인에서 음주단속에 나선 경찰 ㄴ 씨도 단속 시간이 기존보다 길어지긴 마찬가지였지만,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아 양 구간 모두 도로 정체가 발생하진 않았다.

비접촉식 감지기는 입으로 바람을 불어 음주측정을 하는 기기와 달리 공기에 떠다니는 알코올 성분을 감지해 운전자의 음주 여부를 판별한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단속 과정에서 침방울(비말)이 튀어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 경남에 있는 경찰서 23곳은 지난 18~19일부터 비접촉식 감지기로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들 경찰서는 각각 2대씩 해당 기기를 받아 주·야간 단속을 진행 중이다.

▲ 마산동부경찰서 관계자가 2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해안도로에서 비접촉식 감지기로 음주 단속을 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 마산동부경찰서 관계자가 2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해안도로에서 비접촉식 감지기로 음주 단속을 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현장에서 단속을 하는 경찰관들은 비접촉식 감지기 도입에 따른 단속 시간 증가와 더불어 감지기의 '오감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경남 도내 한 경찰서 교통외근팀장은 "기계의 알코올 감지 감도를 높이면 감지가 안 될 것이 되기도 하고, 감도를 약하게 하면 술을 마셨는데도 감지가 안 되기도 해 정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운전자 외에도 탑승자가 술을 마시면 단속 과정에서 음주 감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운영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개선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통경찰관은 "단속 기계의 감지 속도가 느려서 시간이 좀 걸린다. 멀리서 단속하는 것을 보고 운전자가 미리 창문을 열어놓고 오면 감지가 안 될 수도 있다. 단속이 쉽지 않은 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접촉식 감지기를 최초 개발한 이형주 경기남부경찰서 경비교통과 경사는 "이 감지기는 음주 감지기가 아니라 알코올 감지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글이나 향수, 손 세정제 등도 감지된다"라며 "단속을 하는 것을 보고 멀리서부터 창문을 내리고 오는 상황을 막기 위해 단속 과정에서 10m 앞에 경찰을 배치해 창문을 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창문을 내리고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면 해당 운전자는 기존에 사용하던 입바람을 불어서 측정하는 감지기로 단속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 사용하는 기계이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조금씩 체계가 갖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계 관계자는 "입으로 불어서 단속하는 측정기는 음주측정 범위가 좁지만, 비접촉식 감지기는 측정 범위가 넓다. 각 경찰서에 배부된 감지기들은 분할 수거해서 본청에 보낸 뒤 문제가 개선된 기계를 다시 받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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