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자란 학생 이해 어려워
한국말 서툰 부모 답답함 호소
"교육부 장기·체계적 대책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원격수업이 이뤄지는 가운데, 다문화가정 자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국제결혼 가정에서 국내에서 출생한 학생들은 여느 학생과 고민이 다르지 않지만,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부모를 따라 중간에 입국한 학생들은 원격수업을 더 힘겹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경남도다문화가족센터와 경남도교육청이 협업해 중도입국자녀들에게 맞춤 지원을 하고 있지만, 원격수업 일상화·장기화에 대비하려면 교육당국의 체계적인 지도 방침과 지원이 필요하다.

베트남 출신 ㄱ(38·창원시 의창구) 씨는 중학교 2학년 딸이 원격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지만 남모를 고민을 하고 있다. ㄱ 씨는 결혼 후 바깥활동을 하지 않고,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많지 않아 딸보다 한국말이 서툴다. ㄱ 씨는 "딸 학교 성적이 보통인데, 원격수업을 듣다 모르는 부분에서 답답함을 느껴도 도와줄 방법이 없다. 학교에 다닐 땐 몰랐는데, 모르는 채로 원격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걸 보고만 있자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다문화가정 부모라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드는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 담임이 딸을 더 신경 써주는 눈치지만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원격수업 때 딴 짓을 하고, 딸의 답답함을 알기에 다그치지도 못한다"고 덧붙였다.

다문화가족센터와 도교육청도 다문화가정 자녀라도 한국어가 문제가 돼 원격수업을 못 따라가는 학생은 드물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교육과정과 다문화국제교육담당은 "학교 보고를 받으면 국제결혼 가정 자녀는 우수학생도 많고 무난하게 학습을 잘 따라오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일부 원격수업에 어려움이 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학생은 다른 가정 학생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통계 기준, 도내 다문화가정 학생은 1만 686명(전체 학생의 2.83%)다. 이 중 국내 출생 9510명, 중도 입국 408명, 외국인가정 자녀 768명이다. 센터와 도교육청은 한국어 원격수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중도 입국·외국인가정 학생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도교육청, 다문화교육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경남이주민센터는 지난달 13일부터 원격수업 지원을 위한 '다가치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나 가정에서 통역 서비스를 요청하면 해당 지역 지원센터에서 지원하고 1대1 기초학력·진로·한국어 상담 지도, 언어별 실시간 통역 지원 등을 하고 있다. 김해, 양산, 창녕, 창원 등 중도입국·외국인가정 학생이 많은 지역에서는 긴급돌봄을 통해 한국어와 교과 공부를 따로 돕고 있다. 김해 진영금병초 교사를 중심으로 언어별 수업 동영상 제작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등교수업 이후에도 원격수업이 병행되거나 대체될 수 있어 교육부에서 체계적으로 다문화가정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승해경 경남도다문화가족센터장은 "다문화가족센터는 여성가족부 산하에 있으면서 초등학교 입학 전 자녀와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이 이뤄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 학습을 지원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소수지만 언어로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 학습 지원 준비가 안 된 인상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어별 수업 동영상 제작도 뜻있는 개인의 봉사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체계적으로 준비돼야 한다"며 "교육부가 준비가 안 돼 있다면, 지금부터 교육청 차원에서라도 이 같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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