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몰입·이해도 파악 '한계'
학생 PC 켜놓고 딴청 피우기도
교사, 출석·참여 독려로 진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상 초유 초·중·고 원격(온라인)수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9일 고3·중3부터 차례로 온라인 개학이 시작돼 이제는 컴퓨터(혹은 태블릿PC·스마트폰) 앞으로 등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꽤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임시방편으로 택한 원격수업이 길어지면서 학생들의 집중력은 한계를 보이고, 교사들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원격수업도 개학 후 수업인 만큼 제대로 이뤄지도록 점검할 때입니다. 댁의 원격수업은 안녕하십니까?

◇원격수업? 안 들어요!

"(오전)10시가 넘었는데, 왜 수업 접속을 안 하니?" 김해 한 중학교 ㄱ 교사는 온라인 개학을 한 뒤부터 하루 20통 이상 학생·학부모와 통화를 한다. 그는 "아침에 접속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전화하면 대부분 전날 늦게 자 일어나지 못한 경우다. 학생마다 수업·과제를 하는 시간이 다르다 보니 저녁 10시, 11시에도 질문하면 답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격수업 방식은 초·중·고 학교, 지역, 교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대부분 학생은 E학습터, EBS 온라인 클래스 등 원격지원 교육서비스 사이트를 이용해 정규 시간표에 맞는 수업을 듣고 있다. 실시간 화상 수업, 콘텐츠(미리 제작된 강의) 활용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 등으로 진행된다. 과제 일부는 모았다가 등교 개학 때 가져가고, 다른 일부는 사진으로 찍어 그날 바로 게시판에 올려 인증한다.

▲ 도내 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EBS 영상을 보며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 도내 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EBS 영상을 보며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초등학교 교사 고민은 더 깊다. 창원 한 초등학교 ㄴ 교사는 "학교에서 수업한다면 다양한 놀이 등 학습 방법이 있지만, 지금은 강의 자료를 찾고 부모와 간단한 실험이나 놀이 등을 통해 이해를 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체험 후 배운 점, 느낀 점으로 간단하게 기록하라는 숙제가 가정에서는 부담이 된다고 해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면할 수 없는 원격수업에 잘 참여하고 있는지는 출석체크와 과제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원격수업 출석 후 수업에 얼마나 집중하고 습득하는지는 온전히 학생 본인의 몫이다.

송모(중2·김해) 학생은 "매일 수업 영상 진도율은 100% 이수하고 있지만, 컴퓨터 소리를 줄여놓고 휴대전화로 다른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할 때가 더 많다. 배움 정리나 과제는 앞서 올린 친구 답을 보고 그대로 적거나, 참고해 조금씩 바꿔서 올린다. 친구들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모(고1·창원) 학생은 "EBS 연계 강의는 수업이 너무 길다. 강의 끝에 모르는 부분은 영상을 다시 돌려보라고 하는데, 두 번 설명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모르는 것투성이인데 매일 선생님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점점 집중이 안된다. 수업 영상을 켜 놓고 친구들과 통화하거나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사가 더 점검해주세요"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는 원격수업의 한계를 이해하면서도 방학의 연속 같은 개학 상황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박모 학생 어머니는 "접속이 안 돼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거나 전화로 궁금한 걸 물어보고 있다고 하면 전화를 뺏는 등 통제도 어렵다. 학사 일정상 임시로 시작한 온라인 개학이라는 점이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상황 파악이 빠른 아이들이 아무 때나, 여러 번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원격수업 장점을 유리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교사들 역시 학생들 간 습득 차이를 고민하고 있다. ㄱ 교사는 "교실 수업에서는 분위기나 학생들 표정을 보고 진도를 나가기도 하고, 반복 설명하기도 하고, 중요한 점을 강조한다. 지금은 제출 과제나 일부 학생의 질문만으로는 학생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알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오프라인 수업 준비도 하고,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원격수업 방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고교 3학년 ㄷ 교사 역시 "등교 개학을 한다 해도 온라인 개학 진도를 복습하고 다음 진도를 나갈 수 없다. 학생들이 앞서 집에서 이만큼 진도를 이해, 습득했다는 전제 아래, 시험 등을 준비하기도 빡빡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학, 과학은 이전 차시를 이해해야 다음 차시가 이해가 되기 때문에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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